나의 이야기

2013년 추석풍경

cozzie 2013. 9. 21. 23:15

 

추석을 한달 정도 뒤로 미루자는 여론이 일어날만큼 9월의 더위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어김없이 명절은 찾아왔습니다.

어릴적 희미한 기억 속을 더듬다보면

안개낀 추석날  차가운 아침공기를 가르며

새로 산 옷이 이슬에 젖을세라 바지춤을 잔뜩 추며올리고

풀밭 사이를 가로질러 외가엘 가던

 추억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 외할머니, 외삼촌 내외, 사촌들과는 연락도 잘 되질 않아서 우울합니다만..ㅠㅠ

사람 사이의 일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좀 살아보니.

 

 

 

추석 며칠 전부터 선물이 조금씩 들어와 명절 분위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선물이 그렇지만, 영어 과외선생님께 

당신네 자제분 잘 부탁한다는 부모님들의 바램이 들어있는거 아니겠습니까??

감사드린다는 말과 함께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약속도 그래서 부모님들께 드렸습니다.  

 

이번 추석엔 동료 교사 한 분이

제가 필기도구에 꽂힌 걸 눈치채고 좋은 샤프를 하나 주셨습니다. 

선물을 주고 받으며 평소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고 인사하는 풍습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형편이 어려울 땐 이마저도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처가인 전북 산서에서 장수 넘어가는 길에 비행기재라는 고개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저기 어딘가 처가가 있을텐데^^

이곳은 고원지대라 여름철 날씨가 서늘하고 또, 일교차가 커서 한우나 사과가 유명하답니다.

 

 

 

 

 

추석날 저녁 처가에 내려왔습니다.

길이 좀 막혀서 고생했습니다만

이젠 기력이 없으셔서 못올라오시는 장인장모님을 아내와 함께 뵙게 되어 다행입니다.

아버님이 주무신다해서 밖에서 잠시 다른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님께 야단을 맞았습니다. 인사도 안하고 무얼 하느냐고요^^

순간, 서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히는 길 헤치고 일곱 시간을 달려온 사위에게

전후 사정 묻지않고 역정부터 내시니 말입니다. 

나이 쉰이 되어서도 잔소리를 듣는 제 자신에게도 좀 화가 났구요. 

그래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일단 잘못했네요. 주무신다해도 잠시 문을 열어서 기척을 살피고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처남들도 달래는데 언짢은 기색을 할수는 없잖습니까?

참.... 가까워지기 힘든 아버님이십니다.ㅠㅠ

  

 

 

 

작은 처남네, 막내처남과 함께 이튿날 장수로 마실을 갔습니다.

오미자도 사고 장수 특산물인 사과도 살겸 해서요.

처음 보는 오미자 나무와 열매입니다.

넝쿨처럼 하우스 골조물을 따라 아치형으로 잎과 줄기를 드리우고 그 사이로 빨간 열매가 매달려있습니다.

설탕을 넣고 재었다가 차처럼 마시면 목에 좋답니다.

겨울이면 목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사과나무를 직접 본 적도 없습니다.

정말입니다.66

다른 과실수들은 모두 보거나 만져보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과나무는 기회가 없었네요.

그런데 좀 실망을 했습니다. 아담한 나무에 사과 열매가 주렁 주렁

축 늘어진 가지.. 뭐 이런 걸 기대했는데, 사진처럼 이렇네요ㅠㅠ

 

 

 

 

 

 

 

 

집에 돌아와 처남들과 고기를 구웠습니다.

큰 처남이 사온 갈비가 많이 남아있어서 포식을 했습니다.

왼족이 작은 처남, 그 뒤로 막내처남입니다.

막내 처남은 빨리 장가를 가서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려야 할텐데...

제 배 좀 보십시오,

다시 한번 결의를 다져봅니다. 반드시 뱃살을 뺀다고.^^

 

 

 

 

 

작은 처남이 피운 숯불 위에서 노르하게 구워지는 고기들입니다.

먹음직하네요.

나이도 저와 비슷하고 서로 맞는 부분도 있어서

비교적 대화를 많이 한 손위처남입니다.

이번에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좀 하려했는데 기회가 마땅칠 않았습니다.

따로 한번 만나서 사는 얘기도 하고 고민도 주고받고 그럴참입니다.

 

 

 

 

 

두분 부모님이십니다.

이번에 뵈니 장인어른 전보다 식사도 잘하시고

이튿날에는 자전거로 마실도 다녀오셨습니다.

아드님들이랑 딸들이 모두 내려오니 힘이 나신게지요. 그러니 사위도 야단치셨겠지요??^^

어머닌 뭐가 맘에 안드시는지 손사래를 치고 계시네요^^

이 사진도 언젠가는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거 같습니다.

 

 

 

 

 

아내가 찍은 처가 마당입니다.

아내가 어릴적부터 마당에 있었다는 이 대추나무는

이제 기력이 다해서 열매도 별로 열리지 않고 최후를 기다린답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이 나무처럼

가지를 잃고, 생산도 끊어지고, 그리고 말라 없어지겠지요...

 

어머닌 마당 곳곳에 이것 저것 심으신 모양입니다.

잠시도 몸을 쉬도록 놔두지 않으시니 자손들 걱정이 큽니다.

늘 무언가를 나누어주고 보살피시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전형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뵐 때 마다 늘 마음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남들은 긴 연휴라고 하는데

저는 딱 이틀입니다.

추석날과 다음날...

언젠가는 푹 쉬면서 이런 저런 일들도 챙기는 날이 오겠지요.

2013년 추석은 이렇게 처가와 오고가는 길 위에서 지나갑니다.

오늘도 무척 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