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가을나들이

cozzie 2013. 10. 17. 17:59

 

파란 하늘, 맑고 서늘한 공기

전형적인 가을날입니다.

어제 운동을 다소 무리하게 해서 몸은 무겁지만

근 한 달만의 외출이라 일어나자마자 아내를 재촉해 길을 나섰습니다.

행선지는 강화도입니다.

이번에는 단풍이 막 들어서고 있다는 전등사에서 산책을 한 다음

시래기밥집에서 점심 식사, 그리고 숲길 따라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입니다^^

늦잠을 잔 관계로 순서를 바꿔 밥부터 먹기로 했습니다.

시래기밥집의 위치는 지난 여름 저희가 다니던 식당들 사이에 있네요.

간장 양념장에 비벼먹는 시래기밥 한 공기에 된장찌개, 평범한 반찬들,

흑미로 만든 떡과 약과가 디저트로 나오는 재미있는 식사입니다.

가격은 1인당 6천원. 괜찮습니다.

 

식당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고 10여분 달리니 전등사 주차장이 보입니다.

일단 입구에서 주차료 2천원,

그리고 절 입구에서 다시 성인 1인당 2천 5백원..

도대체 무슨 명목으로 이걸 걷는지 절을 드나들 때마다 갖는 의문입니다.

주차장 관리 전혀 안되어있고, 전등사도 탐방객들을 위한 시설이 별로 없으니 더 의아해집니다.

자연이 그리워서 시간 내어 찾아온 사람들이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 근거나 제도같은 것을 없을까요?

하지만,, 모처럼 아내와 나선 나들이길, 기분 망치기 싫어서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아내도 다소 불쾌한 기색입니다.

 

하지만 전등사 입구까지 걸어올라가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 맑은 공기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저절로 선하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절 뒤켠에서 찍은 전등사 경내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이 들지는 않았지만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나뭇잎에서, 사람들 옷차림에서, 그리고 햇빛에서도 느껴집니다.

 

전등사 한켠에 있는 이름모를 고목입니다.

자신의 몸도 스스로 가누기 어려운 듯

많은 가지와 잎들을 잘라내고 털어내도 힘에 부치는 모양입니다.

나이든 나무 앞자락에는 어김없이

행운과 복을 바라는 인간들의 이기심어린 돌탑들이 어지러이 쌓여있습니다.

 

가을을 닮아 나무잎이 노랗게 물들고 있네요.

 

 

그 나무 앞에

밝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아름다운 아내가 섰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니 마땅찮은 표정이긴 해도 

먼산을 쳐다보는 포즈를 잡아주시는...^^ 

 

 

ㅋㅋ 또 아내입니다.

왜 맨날 내 사진만 찍냐고 투덜거리지만

그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스물 다섯 나이에 제게 와서 모진 풍파를 다 이겨내고

이제 비로소 숨 한번 돌릴 여유를 가지게 된 아내의 모습을

이렇게 사진으로 기록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물론 해가 바뀔 때 마다 조금씩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까지 모두 덮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십년, 이십 년 후에는

소중한 기억들이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지금부터 이십 몇 년전

가을 무렵 아내와 철원의 고석정을 찾았을 때

바위에 앉은 아내의 포즈와 얼굴 표정이 이랬던 거 같습니다.

누가 이 고운 얼굴을 마흔을 반이나 넘긴 중년이라 상상이나 하겠습니까?ㅋㅋ

 

전등사에서 내려오는 길 오른켠에

"죽림다원"이라는 전통 찻집이 있습니다.

예쁜 화분들, 얌전한 음악과 분위기

모두 좋아보였습니다.

다음에 혹시 또 오게되면(그럴 일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향긋한 국화차 한잔을 마시면서 좋은 명상음악도 듣고 싶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내와 자주 찾는 "숲길따라" 라는 까페에 들렀습니다.

늘 그렇듯 아메리카노와 까페 모카 한 잔씩.

나중에 이집에서 파는 예가체프를 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곤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늘은 중간고사를 앞둔 아들 이야기로 한시간을 훌쩍 넘겼네요..^^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

반나절짜리여행이지만

점점 짧아지는 가을을 놓치기 싫어 다녀온 만큼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주엔 어머니도 모시고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단풍놀이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