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독서 편력

cozzie 2013. 11. 4. 17:59

올 가을 마음먹고 있었던 책을 샀습니다.  

여름부터 눈여겨 보면서 메모해 두었던 책들입니다.

아직 바빠서 읽을 틈은 없지만

아내 말처럼 책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대학 다닐 때 

한달을 돈을 모아서 시내 대형서점에 책을 사러갔습니다.

한 권, 한 권 미리 점찍어둔 하는 책을 서가에서 꺼낼 때 남모르게 흥분하던 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계산할 때 보니 버스비도 남지 않은 겁니다.

결국 밤 9시경  책 열권 남짓을 비닐끈으로 묶고

책가방은 목에 걸고서

광화문에서 강서구 화곡동까지 네시간을 걸었습니다.

지금처럼 찬 바람 부는 늦가을밤

등에서 비지땀이 흐르도록 걸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추억이었습니다.

원하던 책을 손에 넣었고, 내일부터 종이와 잉크의 신선한 내음을 즐기며

한장씩 읽어내려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배고프고 가난해도 지식에 대한 끓는 갈증이 있었던 청년의 시절이었죠^^ 

그 여드름 투성이 청년은 이제 배나온 중년이 되어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고, 읽지도 않는 책을 책꽂이에 넣어두고 므흣하게 감상만 하고 있습니다만..

 

책의 스펙트럼도 바뀌네요.

20대 때에는

사회변혁과 불평등, 종교의 역할에 관심이 많던 때라 

유물론과 사회변혁이론, 한국사회의 이해, 해방신학에 관한 책들을 주로 사모았고

30대 때에는 

책을 살 금전적 정신적 여유도 없는 암흑과도 같은 시기를 보냈습니다.

부끄럽습니다ㅠㅠ 

40대를 지나 쉰을 넘긴 올해는 

아들과 과외방 때문에 대입시 관련 서적이나

자기성찰, 또는 10대부터 관심을 가졌던 역사문제에 역시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이번에 산 책들은 

먼저, 대학입시와 입학사정관제 입시를 대비할 수 있는 이론서들입니다.

십년 가까이 이 지역 고3 학생들 진로를 상담하면서도

이론공부는 게을리 한 듯 해

지금이라도 실력을 갖추어야겠단 생각에 선뜻 세권을 샀습니다.^^ 

 

 

 

그리고

저의 영원한 숙제인 종교와 인간이라는 주제입니다.

아직도 아담과 에덴동산의 신화를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짝퉁 예수쟁이에게

종교간 대화나 기독교의 이성적 고찰은 늘 가슴 설레게 하는 주제입니다.

이번에는 그동안 모순 관계로만 여겨지던

창조신앙과 진화론의 화해를 모색한 책입니다.

반드시 읽어볼 참입니다만 서문부터 전문 용어가 불쑥 불쑥....

겁이 더럭 나네요..ㅠㅠ

 

 

 

 

그리고

국제연대활동가 곽은경의 삶을 다룬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천사를 빌리면

"곽은경은 대한민국이 배출한 가장 걸출한 국제 활동가이다. 곽은경처럼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활동을 보여준 활동가는 미처 없었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이 활동가의 족적에 관한 뉴스기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말 그대로 책의 발견이자 사람의 발견입니다

이 세상 다양한 삶 속에는 국경과 이념을 뛰어넘어

자신의 비전을 실천해가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구입한 책입니다.

 

 

 

그리고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제가 뭐 불교사상에 심취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법정스님이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혜민스님을 보면서

분명 그 종교에도 엄존하는 진리와 세상을 궤뚫는 보편적 이치가 있다는 것을 늘 깨닫습니다.

언젠가 TV에서 뵌 법륜스님의 차분한 법론을 언젠가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책으로 나왔네요^^

오늘 신문을 읽었는데요

수년전 화재가 난 강원도 낙산사의 주지스님이

불탄 절의 복구과정에서 보여주신 아름다운 행보가

제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비싼(?) 책값 때문에

망설이던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한국현대사'를 드디어 구입했습니다.

대학생 때 광주에 내려가기 전날 밤 읽었던 책이 '한국전쟁의 기원'입니다.

전두환 정권의 폭압이 시퍼렇던 시절

시위과정에서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서 주변에서 만류했던 광주행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MT를 간다고 거짓말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밤새워 읽은 커밍스 교수님의 그 책은 

제게 '한국에서 청년으로 어떻게 살 것이며, 한국역사를 어떨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책입니다.

이제 50이 넘어서 한국역사를 다시 읽고 싶습니다.

격동의 시기를 지나 이제 안정과 보수가 대세인 2013년,

저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당분간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책을 못살 것 같네요.

그동안 이미 사놓고 먼지만 먹고 있는 책들과

이 책들을 순서를 정해 한 권씩 정독하고

블로그에 독후감도 쓸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