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벗, 그리고 마음 아픈 제자..
일요일 오후 정환 부부가 왔습니다.
저녁 식사도 함께 하고 차를 마시며 밤 늦도록 세상 사는 이야길 나눴습니다.
청년 때 부터 아옹다옹하던 친구와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네요^^
정환이는 물론 제수씨 얼굴이 여름보다 많이 건강해지셔서
저와 아내 모두 마음이 좋았습니다.
주려고 사놓았다가 몇 달을 묵힌 와인을 오늘에야 건네주었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이 녀석 사진 찍고
거하게 한잔 하신 모양입니다. ㅋㅋ
서로 바삐 살다보니
옆을 돌아볼 여유없이 앞만 보고 디립다 달려온 세월이 후회됩니다.
다행인 것은 좋은 벗이 가까이 있어서
크고 작은 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요즘이 좋습니다.
정환인 지금 하는 일이 다소 마음에 부대끼는 듯 하네요...
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
천국의 메시지만 준비하고 늘 대접받는 자리에 익숙하다가
세상에 맨몸으로 부딪히는 삶이 팍팍하리라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남편으로, 아비로,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우리 어깨에 있잖습니까..?
잘 해나갈 거라 믿습니다.
저와 아내는 늘 그리 믿고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합니다.
성탄절 때나 신년에 다시 자리를 만들어
즐거운 새해를 맞아볼 참입니다.
그리고 수일 전에는 오랜만에 제자 유상 군이 찾아왔습니다.
졸업한 지 벌써 여러 해가 되는데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 마다 변변찮은 과외선생의 조언을 구하러 나타나곤 합니다.
비쩍 마른 모습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버지가 몇해전 쓰러지신 이후로 어머니의 고생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그동안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담담하게 말하는 상이를 보면서
저의 청년 시절을 잠시 되짚어보았습니다.
제게도 그당시 멘토가 있었던가요....??
분명 어른들은 많이 계셨는데...
상이는 멀쩡히 잘 하던 공부를 점고
고 1때 실용음악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재즈를 연주하는 일렉기타리스트가 되겠단 거였지요.
아이 집안이 발칵 뒤집혔드랬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찾아와 아이를 설득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셨습니다.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뵌 상이 어머니 고우신 분이었는데
상이의 말을 통해 어림짐작으론 많은 고초가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아이도 여러 일이 있었더군요.
상이는 지금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접고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답니다.
한켠으로는 공부를 다시 해서 대학엘 다시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
일단,
군대에 가라했습니다. 남자 나이 스물셋, 군대에서 박박 구르기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거든요..
어머니도 혼자 있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도 하구요.
올바른 충고가 되었는지 걱정입니다.
다시 오라했습니다.
따뜻한 국물에 밥이라도 한끼 먹이며 위로하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거
묵직한 무게가 되어 제 마음을 짓누릅니다.
한마디 말도 조심하고 신중하게...
상이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