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cozzie 2014. 2. 19. 20:43

2014년 한 해동안 풀어야 할 숙제가 한가지 생겨났습니다.

온가족이 섬길 교회를 가까스로 정할 수 있게 되어 한시름을 놓나 했더니

할머니 묘의 이장문제가 툭 불거져 나왔습니다.

발단은 제가 길에서 우연히 검단지구 무연분묘 개장 공고를 보면서부터입니다.

문득 할머니 산소가 그 지역에 포함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보다 부동산을 잘 아는 동생에게 소상히 알아보라 일렀거든요.

할머니는 제가 국민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고

40년전 선산이 없었던 저희 아버지는 평소 할머니와 가까이 지내시던 황씨 집안의 선산 한 귀퉁이에

비석도 없이 할머니의 산소를 마련했습니다.

진입로도 마땅치 않고 늘 나무잎에 가려 그늘이 지는 관계로

무덤의 잔디도 사라지고 붉은 흙과 돌들만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낸채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어릴 때는 이장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필요를 느끼지 못하다가

이제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연세가 들어가시니

자연스레 할머니와 아버지의 묘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게 최근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진즉에 당신은 매장하지 말고 화장해서 납골당이나 수목장으로 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현서나 준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상들의 묘를 착실(?)하게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모두를 한자리에 모아 후손들이 찾아오기 쉽게 하라는 의미이신 겁니다.

그렇게 해야할 듯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어디로 모실까 고민하다가

양평에 하늘숲 추모원이라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수목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00만원정도 지불하면 할머니는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희 부부까지 한 나무 아래에 모여있을 수 있답니다.

거리는 현재 사는 곳에서 좀 떨어져 있지만

현서 송은이가 장성한 후 어디서 살지를 어찌 알겠으며

가까이 있다고 자주 찾아보는 것도 아니라면 

비싸고 분주한 납골당보다는 차라리 수목장이 나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내도 내심 수목장이 차라리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구요.

어머니 말씀도 참고하고, 동생네 의견도 들어보아야겠지요

저 역시 후회없는 선택이 되도록

수목장의 자세한 내용과 장단점을 살피고 조사해서

할머니와 부모님이 영면하실 곳,

그리고 언젠가는 아내와 제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기다릴 곳을

신중히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낮에는 아내와 현서를 앞세우고

"천보배" 할머니 산소를 찾았습니다.

허물어지는 봉분을 본 현서가 마음 아파합니다. 

아비로서 면목없고 할머니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손자로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서 이장 문제를 마무리지어

자손의 책무를 다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