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 봄에 새옷 입혀드릴께요.ㅠㅠ

cozzie 2013. 3. 13. 21:53

쌀쌀한 날씨지만

아우 명호와 함께 아버지 산소에 올라갔습니다.

겨울동안 미루어 두었던 산소 잔디 문제와

봉분 문제 등을 상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설에 찍은 아버지의 묘 사진입니다.

눈이 많이 내리긴 했지만 

봉분 전체 잔디가 망가졌습니다.

돌아가신 이후로 봉분 공사를 두번 했습니다.

처음에 잘 몰라서 빠뜨렸던 봉분 둘레석을 돌릴때

잔디의 절반을 교체했구요.

3년전에 봉분 전체와 묘 주변에 새잔디를 깔았습니다.

저도 들릴 때마다 잡초를 뽑고

꼼꼼한 매형도 산소에 올라가면 한참씩 김을 매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과외방을 시작하고

매형도 살기 바쁜 관계로 

아버지 산소에 대한 보살핌이 많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가 작년 여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잔디가 조금씩 사라지더니 

급기야 지난 추석 때는 눈에 띌 정도로 봉분과 산소 주변 모습이 흉측해 진겁니다. 

아..... 너무 죄스럽고 부끄럽습니다.

큰 아들이란 놈이 먹고살기 바쁘단 이유로

아버지 산소 하나 제대로 못 돌보다니..

사실 놀러갈 데 다 가고

드럼을 배우네, 여행을 가네, 쓰고 싶은 돈은 주저없이 꺼내면서도

아버지 산소를 이렇게 방치한 겁니다.  

동생과 상의해서

일단 봉분 잔디 전체와 주변을 새로 교체하고

둘레석을 조금 뒤로 옮길 수 있으면 그리 해서

찾아오는 식구들이 다소 여유로운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추모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아내는 돈 들어갈 생각에 좀 걱정인 모양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하는데....

납골당 문제도 동생과 상의했습니다.

아버지 산소의 임대시한이 되는 시점을

납골묘 이장과 구입 시기로 정해서

각자 자기 몫을 준비해 두는 걸로 했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제 세대에 반드시 제 손으로 마무리 해야 할 일이지 않습니까?

 

산소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고

훼손된 아버지 산소를 보시고도 아무 말 못하시는

어머니의 속마음이 헤아려져 

더 속이 상합니다.

서둘러 업체를 알아보고

공사를 해서

한식날에는

새로운 옷을 입으신 아버지 산소 앞에서

어머니 모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예배를 드려야 겠습니다.

아버지

겨우내 추우셨지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새봄에 새 옷 입혀드릴게요, 큰아들 정호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