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람의 인연이란....그리고 기억.

cozzie 2013. 3. 20. 20:37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서 몇십 년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로 얽히면서 

그 속에서 때로는 좋은 기억을, 그리고 가끔은

부끄럽고 지우고 싶은 일들을 가지게 되겠지요...

오늘 하루,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한번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전에는 이창훈 선생을 만났습니다.

수학과외 선생을 섭외하다가 알게 된지 2년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같이 식사하고 명절 때는 선물도 서로 건네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늘 배우고 야단맞는 것이 즐겁다면서 너털웃음을 웃는 이 새 신랑이 마음에 들어

되도록 좋은 이야기, 살면서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많이 해주려고 합니다만 

오늘은 그동안 벼르던, 좀 마음에 상처가 될만한 말을 해 주었습니다.

.......... 속상한 표정인데도 억지로 웃으며 감사하다는 이 선생을 보며 

문득, 내가 남의 인생에 대해 너무 간섭하는 게 아닐까? 

그냥 편하고 힘이 되는 선배를 보고 싶어 나온 사람에게 훈장선생님의 회초리를 안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후배에게 야단이나 치고 말입니다.

나이 쉰에 아직도 잠시 멈춰야 할 때를 모르고 지나치거나

 말을 다스릴 줄 몰라 뱉어버린 말로 인해 혼자 맘고생하는 서툰 인턴인생을 못벗어나나 봅니다.

미안한 마음에 마침 도착한 또다른 후배에게

뜬금없이 사진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사진 속 밝게 웃는 얼굴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사실 이번 점심약속이

김포 사우동에 있는 지호한방삼계탕이어서

맛집 포스팅도 할 생각으로 갔는데

이야기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다가, 퍼뜩 생각이나 찍었더니 사진이 ㅠㅠ

이 글을 포스팅하고 있는 오늘, 다시 이 집으로  삼계탕을 먹으러 갔으면서도

사진 찍는 일을 깜빡했습니다. ㅠㅠ 

아... 이 저렴한 기억력을 어찌해야 할까요??

늘어가는 건 나이와 허릿살, 가늘어지는 건 머리카락과 기억력이라더니 

딱 그말이 맞지 싶어 우울합니다.

다음에 지호삼계탕은 제대로 맛집 포스팅에 올리도록 해야지요, 끙..... 

다소 비싼 가격과 불친절한 서비스를 감안해 보아도

역시 삼계탕은 이집만한 곳이 없는 듯 합니다.

이창훈 선생도 지금까지 먹어본 삼계탕 중 최고라고 칭찬을 하더군요^^

 

 

이 선생과 헤어진 후

김포학원 원장이신 홍경숙님을 오랜만에찾아 뵈었습니다.

저를 보시더니 눈물이 글썽글썽해지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죄송했습니다.

아.....이분과의 인연은 정말 각별합니다.

제가 처음 학원선생을 시작한 곳의 원장님이셨고,

훌륭한 학원강사의 조건, 리더의 덕목,

그리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서로 어색하고 소원할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게 많은 것을 베푸시고

용서하신 분에게 너무 소홀히 대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겠습니다.

저를 항상 높이 평가하시고, 새로운 기회를 주신 분에게

저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썩.... 자신이 없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아래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계신 분이

홍경숙 원장님이십니다. 그 힘든 와중에도 장학금을 전달하시는 모양입니다...

일찍 남편을 여의시고도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씩씩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을 뵈니 제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오늘 옛 학원자리 1층에 뷰티샾을 개업하셔서 축하를 드리러 다녀왔는데

다른 손님이 많으셔서 간단히 인사만 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정식으로 찾아뵙고

따뜻한 밥이라도 한끼 대접하면서 앞으로 좋은 모습만 기억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장님, 늘 행복하시고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오늘 이창훈 선생과 홍 원장님은 물론

다른 여러 사람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원장님 개업식에 동행한 오랜 후배 재식군

김포학원에서 다시 마주친 옛 동료였던 홍종숙 선생, 국영숙 선생, 이주환 원장님,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수학을 가르치던 오선생까지..

이분들에게 저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아있을까요? 

좌충우돌 잘난척 일하다가 어느날 제 갈길로 훌쩍 가버린 

능력은 있지만, 배려심이 부족하고

저돌적인 추진력이나 윗사람의 신망은 두텁지만, 동료와 부하직원에게는 가혹한,

혹시 그런 얼굴 뜨거워지는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좋게 평가를 하려 해도 김포학원에서의 몇년이나 

재식군과의 호주에서부터의 긴 인연을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잘한 부분보다는 미안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미안하고, 부끄럽고, 또 자존심도 저으기 상하게 되는군요.  

  

누구에게나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겠지요

30대의 삶 속에서 제가 보였던 절제되지 않고 모난,

공격적이고 이기적이었던 모습이

기회가 있다면

40대와 50대를 거치며

이렇게 바뀌고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