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정원박람회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아내와 처가엘 갑니다.
물론, 다른 목적지도 하나 정해서 장인잘모님도 뵙고
아내와 좋은 곳에 가서 추억도 만들고 맛집 기행도 하는 거지요.
이번에는 순천 정원 박람회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여수에서 렌트카를 이용해
순천과 처가(장수), 남원을 섭렵하려던 저의 야심찬 계획은
아내의 "돈이 많이 든다"는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고
이틀동안 800km를 운전하는 일정이 다시 잡혔습니다. 헤헷!!
친구 정환 부부는 우리가 비행기로 가나 차로 가나 내기까지 했다는데
제 내공이 아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만 확인한 꼴이 되었습니다. ㅋㅋ
뭐 그래도 즐겁습니다.
오전 8시반에 출발해서
중간에 한번 쉬고 내달리니
오후 1시 쯤 박람회장에 도착했습니다. 네시간 반 걸린 셈이네요.
주차장이 행사장 바로 옆이고 셔틀버스도 있어서
그리 불편한 건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다 둘러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꽃구경 하나는 실컷 한듯 합니다.
얼마전, 어머니 모시고 아침고요 수목원엘 가서도 꽃을 많이 보았지만
질리지도 않습니다, 꽃구경^^
박람회장 한켠에 있는 습지입니다.
아름답지요??
보라색과 주황색, 붉은색과 진분홍의 꽃들이
파란 잎들과 어울려 탐스럽고 고운 모습입니다.
박람회장 한켠에 있는 실내정원의 모습입니다.
아기자기한 배치와 맑은 물소리가
때이른 더위에 지친 아내와 제게 새로운 활력을 주는 듯 합니다.
박람회장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건너가는 꿈의 다리 안쪽 모습입니다.
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원 박람회의 행사 의미와 다소 맞지는 않지만
정말로 하나 하나 살펴볼만한 대단한 전시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아이들의 소망과 생각을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 다음
같은 규격으로 아크릴을 입혀 다리 양쪽 벽을 빼곡히 채워놓았습니다.
참으로 인상적이고 의미있는 전시물입니다.
기획하신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일을 하신거 맞습니다.
아이들의 꿈을 표현했다 해서 다리 이름이 "꿈의 다리"인 모양입니다.
외국 방송에서 취재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시간 관계상 다볼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의 시선과 생각의 높이로
꿈을 표현하고, 그것을 어른들이 소중히 여겨 이런 공간에 전시하는 모습은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라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보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박람회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서 보니
탁트인 풍광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꽃밭과 잔디, 호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풍경화처럼 보입니다.
허리도 점점 아프고 발도 시큰거리지만
조금더 둘러보자고 스스로를 채근해 봅니다.
프랑스 정원입니다.
정원 모습이 왜 이런 형태인지를 알고 싶었는데
자원봉사하시는 분의 설명이,
이런 정원 꽃들 사이에 귀족들이 소변을 보았다는 생뚱 스토리여서 의아했다는....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가진 것들의 천박함이란....
라면상무니... 윤창중이니...
함께 어우러져 피는 꽃밭이 한 송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치고, 남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사시길 빌어 봅니다.
쯔쯔 가엾은 것들...
박람회장 우측에 있는 드넓은 잔디밭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밟아보는 천연잔디의 촉감과 그 싱그러운 내음,
파아란 색이 마음에 쏙 들어
아내를 잔디에 앉힌 후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역시.
그런데.... 잔디가 젖어있었나 봅니다. 아내의 엉덩이에 풀물이 들었습니다.^^
실내 정원에서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불룩 나온 배, 턱선이 사라진 얼굴..삐딱하게 쓴 모자.
아우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어지는 제 몸을 보며
정말로 살을 빼고야 말겠다는 독한 각오를 다짐합니다^^
아내만 예쁘게 나왔습니다..우쒸..
잔디밭 옆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다가
사진을 찍는다고 했더니 머리를 매만지는 아내..
그냥, 찍었습니다.
어떤 자세로, 어떤 표정이든
아름답고 예쁜 아내입니다^^
앞으로 한참동안
제 스마트폰 배경화면이 될 사진입니다.
이리도 고운 아내를 왜 젊을 때는 몰라보았을까요?
발등을 찍고 싶습니다.ㅠㅠ
이곳은 미로공원입니다. 좀 어설프긴 해도 조경하느라 수고하신 분들의 노고는 느껴집니다.
출구 근처 건물 앞에
인공호수에 홍학들이 모여 있더군요.
아름답습니다.
박람회장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집니다.
오늘은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마련한 행사인 모양입니다.
오카리나 연주인 듯 한데,
실력은 그리 높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보기 좋습니다.
관객들도 편한 자세로 앉아 느긋하게 공연을 즐기는 듯 합니다.
음.....
공연장을 막 빠져 나가려던 찰나
어디선가 맑고 고운 음색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관현악단 반주와 함께 울려퍼지는 겁니다.
제가 누굽니까? 10년 경력의 합창단 지휘자 아니겠습니까?ㅋㅋ
아내와 함께 서둘러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소음악당 같은 곳에서 테너와 소프라노가 오페라 아리아 일부를 리허설 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오늘 정원 박람회장의 메인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피로가 풀리는 듯,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3시간을 걸었는데도
행사장이 얼마나 넓은지
박람회 반도 못보았습니다.
디테일 면에서는 조금 아쉽지만
대체로 어른들을 위한 구경거리로는 훌륭한 행사가 아닌가 합니다.
현서와 숑이 함께 왔다면 정원박람회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글쎄... 자신이 없네요.
디지털과 화려한 화면의 급박한 전개에 익숙한 아이들이
느릿느릿 꽃을 구경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지...
디섯 시간을 달려서 찾아온
정원 박람회 방문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일을 또 하나 했다는
작은 성취감도 수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