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가족나들이
오늘은 현충일,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입니다.
2월 설 이후로는 가족 모두가 함께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네가족 모두 함께 어딜 가는 것은 넉달만이라는 의미지요.
그런데 즐겁고 들뜬건 저뿐인 모양입니다.^^;;
아빠와 엄마보다 친구와 노는게 더 즐거운 눈치입니다.
저는 일주일 전부터 포천엘 갈까? 래프팅을 할까? 청평에서 물놀이를 할까? 마지막에는 홍천 비발디파크를 갈까?
아이들과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데 정작 애들은 시큰둥합니다.
옷을 사줄까? 영화를 볼까? 밥은 무얼 먹을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괜찮아.."
ㅋㅋㅋㅋ, 은근히 부아도 치밀지만
대학교 2학년 딸과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엄마아빠를 그래도 잘 따라다니는 편이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해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요즘 몸도 좀 피곤하고, 기분도 가라앉아 있습니다.
때아닌 자전거를 타느라 다리도 아프고, 과외방 아이들 6월 모의고사 결과도 잔뜩 신경이 쓰입니다.
게다가 잠도 좀 모자라니 자연히 제가 많이 예민해 있지요.
8시반 부터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수업을 하나 하고
집에 돌아와 아침을 먹고 롯데몰로 갔습니다. 애들 옷이랑, 카메라, 뭐 이런거 사려고요.
숑이 원하는 캐논 650D 카메라는 매장에 없어서
아내와 숑, 현서 옷을 사러 돌아다녔습니다.
저도 사고 싶지만 살을 좀 빼고나서 사기로 마음먹고 pass!!
점심은 오랜만에 아웃백에서 먹었습니다.
후배 재식이가 준 식사권도 사용할겸
숑이 원하는 랍스터도 먹을겸
미리 예약한 화곡동 아웃백엘 갔습니다.
실내가 왜 이리 어두울까요?
그래야 스테이크 맛이 더 좋은가? 아니면 이국적인 분위기 내려고?
하루종일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입니다^^
요즘 살짝 사이가 안좋은 아내와 한컷..
뭐 나혼자 삐진거니까 사이가 안좋은 것도 아니네요 ㅋㅋ
요즘 좀 피곤해서 그런지 제 얼굴에 "지침" 두 글자가 선명히 보입니다.
숑과 현서입니다.
숑은 마냥 즐거운데, 현서는 좀 짜증이 나있습니다.
마땅히 사고 싶은 옷도 없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아빠 엄마랑 더운 날 돌아다니는게 내키질 않나 봅니다, 고얀놈....
그래도 두 녀석 싸우는 법이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숑이 시킨
치즈 랍스터 앤 쉬림프 케익이랍니다. ^^
맛은 좋은데 양이....
밥이 먹고 싶어 제가 시킨
서로인 스테이크.
저는 약간 덜 익은 미디엄을 좋아하는데
비린 거 못먹는 아내를 잠시 잊었드랬습니다. 웰던으로 할걸..
그래도 간만에 스테이크 함 썰어봤습니다..^^
시크한 우리 아드님을 위해 주문한
바베큐 립 앤 치킨 콤보 플래터..
아따 이름 한번 길다..
그냥 등갈비에 닭가슴살 구운거 하면 될걸 ㅋㅋ
바베큐 립은 부드럽고 괜찮은데
같이 나온 치킨은 좀 퍽퍽하고 소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입니다.
감자는 맛이 좋았다는...
아웃백을 처음 드나들 때
비싼 음식 먹으러 가니까 많이 먹어야 한다고
보통 한끼 정도 굶은 다음
주문하고 나서 본 메뉴 나오기 전에
먼저 등장하는 이 녀석의 따끈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번, 두번...
결국 배가 불러 스테이크를 맛있게 즐기지 못한 추억이 있습니다.^^
이날도 몇 차례 더 주문한 거 같은데.
식사 후 다시 이어진 쇼핑,
전 어쩌다가 그 넓은 공항 롯데몰에서 혼자 낙오가 되었고
마침 도착한 정환 부부와 시간을 죽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절전한다고 미지근한 냉방을 틀어놓아서 땀은 계속 흐르고
모처럼 휴일을 맞아 나름 기다린 가족들과의 나들이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는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제 아이들과의 단란한 외출을 그만 포기해야 할까요?
아님, 빨리 아빠의 가부장적인 희망을 접고
아이들의 희망을 들어주어야 할까요?
결국 저도 다른 아버지들이 겪는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합니다.
우울한 공휴일이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사족 : 결국 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수업을 시작했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하루를 마감했다는...
쉬는게 쉬는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