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강화도 즐기기
강화도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서울에서 한시간 정도의 운전이면 닿을 수 있고
섬이 주는 막연한 설레임과 한적한 농촌, 바다와 갯벌까지
그러고 보니 좋은 여행지로의 조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네요^^
저는 사는 곳이 김포 부근이라 강화도의 좋은 점을 알면서도
왠지 그리로 가면 놀러가는 것 같지 않아 망설이느라
사실 외지 사람들보다 더 강화도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아내를 모시고 이리저리 전국을 주유하다가
어젯밤에는 문득
강화도에 가서 한적한 월요일 오전을 즐기고 싶어졌습니다.
우선 드라이브 코스를 알아보니
초지대교를 지나 외포리 선착장 뒤편으로까지 이어지는 20km정도가 좋다는 말씀들이 많아서 그리 정했고,
점심은
볼락과 고등어를 숯불에 구어주는 "갯배생선구이"로 정했습니다.
차는 "숲길따라" 라는 까페로 정했습니다.
아침을 거르고 인천 집에서 출발해 40분 남짓 걸려 도착한 생선구이집입니다.
저희가 첫 손님인 듯 11:20분 쯤의 가게 내부입니다.
음... 왜 그런거 있잖아요, 식당엘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이 우리만 있으면 불안한 거.
맛이 없나?? 은근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한두 차례 맛집이라고 찾아갔다가 실망한 전력도 있고 해서
어정쩡하게 앉아있는데 주인아저씨가 오셔서 주문을 받으십니다.
생선구이 정식 2인분 (1인 :12,000원)을 시켰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사이,
오늘도 역시 아내의 모습을 촬영하기에 바쁜 김기사^^
새로 산 보라색 티셔츠가 잘 어울립니다.
주먹을 쥔 모습이 흡사
"당신 잘못하면 맞는다"는 .....
숯불이 놓여지고
제일 먼저 나온 꽁치, 오징어, 다랑어입니다.
다랑어 구이는 대학생 때 먹어본 이후 정말 오랜만이네요.
배고파서 그런지 다 맛있습니다.
꽁치와 그 뒤에 나오는 생선들은 모두 초벌이 되어서 나옵니다.
근데 혹시 후라이팬에 튀기신 듯, 약간 기름진 거 같아 조금 집집합니다.
본격적으로 나오는 생선들, 모두 초벌이 되어 있습니다.
고등어와 조기입니다.
점점 배가 불러옵니다.
제일 맛있는 볼락은 먹느라 정신없어 깜빡했다가
반쯤 먹고 난 다음에야 사진을 찍었더니.. 클클.. 이런 참혹한 모습이...
위쪽은 가자미입니다.
밥 두공기에 생선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당분간은 생선구이 생각이 나질 않겠습니다^^
맛은 뭐 그냥저냥... 맛집이라고 부르기는 솔직히 좀 그러네요.
생선도 생각만큼 좋아보이지는 않고
기름기도 있어보이고, 볼락도 기대만큼 담백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요즘 생선구이집이 흔칠 않은데 가까운데 푸짐하게 한 상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습니다.
남산만큼 부풀어 오른 배를 달래며 녹음이 한창인 강화도 길을 달립니다.
너무 좋습니다.
중간 중간 아카시아 향기도 창안으로 들어오고
30도 넘는 6월 더위이지만 한가한 섬길을
에어컨 틀지 않고 아내와 좋은 음악 들으며 달렸습니다.
그렇게 한 30분 외포리 선착장을 향해 달리니
갯내음이 나고 갈매기들이 보입니다.
외포리 선착장을 좌측에 두고 횟집들이 들어서 있는 2차선 도로를 벗어나면
고갯마루 부터 다시 예쁜 해안도로가 나타납니다.
뒤쫓아와서 빨리 가라고 빵빵거리는 차도 없어서
느긋하게 60킬로의 속도로 강화의 초여름 경치를 즐기다가
문득 포구가 보여 차를 꺾어 들어갔습니다.
평일어서 그런지 한산한 선착장 입구에
가슴 아픈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3월에 저도 본 기억이 나는데
술취한 사람을 구하러 바닷물에 뛰어든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좋은 아버지에 남편이었다는 것 같던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차가운 물속에서 숨이 끊어지는 순간
그분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을까요?
아마 그 순간에도 남은 가족 걱정을 했을겁니다. 그게 이나라 아버지들이니까요..
그런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화 바다는 오늘도 잿빛 뻘물이 든 탁한 모습입니다.
다시 차를 돌려 강화쪽으로 30여분 달리니
초지대교가 멀지 않은 곳에 까페 "숲길따라"가 있습니다.
진입로부터 너무 예뻐서 눈길을 잡아당깁니다.
실내입니다.
1층도 분위가 좋은데 전망이 탁 트인 빙~둘러 창문이라 2층은 더 밝습니다.
나무바닥이 정겹고 넘어가는 해가 강한지 차양구실을 하는 큰 우산이 귀엽습니다.
소품이나 인테리어도 아지자기합니다.
이 곰돌이는 눈오는 겨울밤에 보면 더 멋질 것 같습니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노천까페입니다.
5월만 됐어도 저기 나가서 차를 마셨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주변을 잘 다듬어 놓았네요
멀리 갯벌이 보입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까페모카
저는 부드러운 아메리카노..
그런데 제가 내려먹는 콜롬비아 수프리모보다 더 부드럽고 향이 좋네요
결국 한 봉지 사왔다는^^
역시 아내가 커피 마실때 즐기는
티라미스입니다.
치즈향 듬뿍, 촉촉한 케익까지..
뭘 먹어도 예쁜 아내입니다.
아내가 까페를 마음에 들어합니다.
밝고 조용하다구요.
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2층엔 우리 둘 뿐이었는데
얼마 후 목사님들로 보이시는 남자분들과
뒤이어 아줌마부대가 우르르르...
두번 생각하지 않고 보따리 챙겨서 내려왔습니다^^
아내와 교제를 할 때도 늘 선이 곱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샐쭉한 모습처럼 찍힌 옆모습에도,
그 아래 어깨선에도
통통한 손에도 여전히 고운 선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는 모양입니다..
여기왔으니 또 커플사진 놓치면 안되죠..
미녀와 돼지입니다^^
또 나왔네요, 우리 여보 수학여행 포즈^^
사진 속 모습처럼 늘.. 변함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 삼남매를
길러주시는 고마운 아내입니다.
손에 들린게 바로 그 원두커피^^
또 오자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뭐 그럼 오늘 반나절 강화도 여행은 대체로 성공이네요..
오전 10시 반에 길을 나서
집에 세시가 되서 들어왔으니까요.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한가한 강화도 해안도로의 드라이브,
개운한 원두커피처럼 그 느낌이 좋습니다.
덕분에 경쾌한 한 주가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