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아내가 차려준 미역국을 먹고
과외방까지 눈을 맞으며 걸었습니다.
30여분 거리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올 한 해를 되짚어 보면서 반성할 점이 무엇인지
내년 과외방 운영이나 집안 문제, 친구 문제 등도 스치듯 생각해 보았습니다.
걷는 것은 어떤 목적으로든 효용성있는 인간 행위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외방 앞에 도착하니...
아...........! 아름답습니다.
며칠 전까지 휑한 나무들과 시들은 덤불, 수확하다 만 배추 때문에
보기흉하던 건물 앞이 흰 눈에 덮여 아름다운 경치로 탈바꿈했네요^^
잠시 눈내리는 경치를 감상했습니다.
건물 앞도 마찬가지입니다.
폐지를 버리러 내려갔다가 입주한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외관을 찍어보았습니다.
뭐 그리 아름답진 않아도 훗날 과외방을 그만 둔 다음
이곳에서의 시절을 회상할 때 소중한 기록이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명 불 허 전
제 과외방의 원훈 쯤 되는 문구입니다.
3년전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저와 아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말인듯 해서
헛되이 전해지는 이름은 없다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를 벽에 걸어두었습니다.
제 생일 첫 축하 손님으로 오신 승아, 송미 자매가
요즘 배우는 Caligraphy로 멋지게 카드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 스스로 반문해 봅니다.
“너는 정말로 김정호라는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할 만큼 노력하고 있는거니 ”
아직은 많이 부족한 듯 합니다.
더 좋은 선생님, 더 믿음직한 남편, 더 좋은 아빠, 더 진실한 친구, 더 따뜻한 형제
그리고 더 신실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 2014년에도
더욱 노력하고 나를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편지 뒷면,
저를 감동시킨 말..
'선생님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나 반문해보면서도 가슴 뿌듯한 성취감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옵니다.
승아와 송미입니다.
부족한 용돈을 털어 준비해 온게 분명한 케익입니다.
촛불을 끄고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먹었습니다.
막판에 인천대에 합격한 승아가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온 윤영입니다.
샘많은 여학생들의 표현대로 "선생님의 총애를 받은" 아이입니다.^^
꼭 공부를 잘해서라기보다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도록
인간관계를 밝게 설정할 줄 아는 그 마음에 끌렸다고 해야겠습니다.
군에 계신 아빠가 집을 오래 비우시다보니
지난 3년동안 아빠 대신 쯤으로 제 자리가 아이에게 비쳐진 모양입니다.
소소한 일까지 상의하던 아이가
올해 서울대와 연대 등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더니
결국 이대와 중앙대에 합격을 했습니다.
전공 문제로 결국 이대를 최종 선택한 윤영이가
대학에서는 멋진 연애도 하고
지금껏 그래왔듯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인내심과 지구력을 가져주길,
그래서 그토록 갈망하는 인정받는 전문직 여성이 되길 바랍니다.
그 뒤로는
홍익대 디자인학과에 합격한 은솔이
백석예대에 외식조리학과에 일찌감치 붙은 은진이가 함께 찾아왔습니다.
은진이는 맛난 음료수 박스를, 은진이는 제 옷을사왔네요^^ 황송해라...
두 녀석도 오랜 저와의 생활이 끝났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나는지 많이 어색해합니다.
은솔이 편지에서도 저를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말을 읽었습니다.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보고싶은 선생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기대고 싶은 선생으로 남는다는 것,
선생은 이런 맛에 사는가 봅니다.
그리고
정이 듬뿍 들은 남자 녀석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진형이, 선우, 성현이, 경중이, 승엽이, 수민이, 승재, 훈이, 호영이
앞으로 오랜 세월 제 기억에 남을 아이들입니다.
케익과 치킨을 사들고 왔습니다 ㅋㅋ 지들이 다 먹고 갔지만
대학에 가서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축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래 표가 올해 제 성적표입니다.
서울 4년제 대학 열 둘
수도권대학 셋
지방대 셋입니다.
저 스스로에게 이만하면 수고했다고 칭찬해주었습니다.
물론 윤경이와 주은이, 승재, 수연이와 호영이가 아직 정시 입시를 남겨 놓고는 있습니다만
최선을 다했으니 그에 맞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많은 일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한동안 이 녀석들 힘들 때 마다 또 제 과외방 문턱을 넘나들겠지요
지 선배들이 그동안 그랬듯이...
선생님으로, 아비와 같은 입장으로, 선배의 시선으로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온전한 성인으로서
땅을 딛고 설 때까지 이끌고 도와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어젯밤
카툭에 친구추천이 떴길래 누군가 하고 보았더니
졸업한 지 5년이 지난 광전이입니다.
아직 전화번호에서 안 지웠다가 폰 바뀌면서 다시 제게 연결이 된게지요.
저는 지웠는데 ㅠㅠㅠ
고마울 따름입니다.
새해에도 제게 맡겨진 현재 열 여섯 명의 아이들을 위해
더 노력하고 애써서 제 이름값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호야.. 수고했다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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