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대의 휴대전화와 카메라에 흩어져 있는 여행 사진들을 한 곳에 정리하는 것이
이 블로그의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사진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추려 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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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아래 사진은
2012년 11월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침 고요 수목원에서 찍은 것이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아내와 함께
늦가을의 한국식 정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곳은 수목원 초입에 있는 국화전시장인데
국화를 분재식으로 가꾸어 놓은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연에서 마음껏 자라고 향기를 뿜어내야 할
꽃과 풀들이 휘어지고 묶이고 꺾여 있는 것은
또다른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섭리를 망가뜨리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걱정도 팔자인가? 그냥 예쁘다 하고 지나가면 되는 것을...?
아래 사진도 역시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건진 유일한 커플 사진이다.
초점이 안맞았는데
오히려 강렬한 단풍의 색깔이 더욱 진하게 느껴져
한동안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으로 저장했던 사진이다.
단풍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땅에 떨어진 후에도
충분히 보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놀라운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일에 한가한 수목원을 아내와 함께 걸으며
음악도 듣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추억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잠시 후 일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된다
아.........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진즉에 이런 것들을 함께 하지 못한 나의 짧은 생각이 후회스럽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내와 남은 시간들을 고운 추억들로 채워나갈 것이다.
그런데,
내 사진을 보면 자꾸 명호가 보인다. 형제야 닮는 게 이치이지만
배만 닮아가는 것 같아 우울하다.
운동이 문제가 아니고 늦은 시간에 마구 먹어대는 식사 습관이 문제인 듯 한데
담배를 끊듯이 뭔가 생활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다시 주어야 할 듯 하다...
이 사진은 2012년 10월 소요산 등산로 입구에서 찍은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철이 아니어서 불붙은 듯한 절경을 보진 못했다.
또, 평일 오전인데도 단풍보다 더 많은 등산객들이
호젓한 산에서 조용한 산책을 기대했던
우리 부부의 소박한 소망을 모두 깨어 버렸다.
결국 소요산 초입에 있는 자재암까지만 올라갔다 오기로 마음 먹었다.
썩 몸이 좋지 않은 아내가 이날 힘들어 하는 기색이 보여
마냥 걷기도 부담스러웠다. 에구.... 우리 여보ㅠ
뜻하지 않은 수확도 있었다.
맛집을 미리 검색해 아내가 좋아하는 보리밥과 청국장, 도토리묵을
맛있게 한다는 집을 미리 알아보고 갔는데
세상에,,,, 폐업을 했단다. 가게문은 굳게 잠겨있고...............
서둘러 다시 검색해 알아낸 곳이
송추에 있는 진흥관!
내가 사는 동네 '현경'이 제일 맛난 중국집으로 알고 있던 나는 충격을 받았다.
맛도 맛이지만, 짬뽕은 맵고, 짜장은 느끼하다는 공식을 완전 무너뜨린,
아...뭐랄까? 보기도 좋고 식감도 훌륭한
1시간을 허기를 달래가며 찾아간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진주'같은 곳이었다.
역시 2012년 10월 처가인 장수 근처의 구절초 축제가 열리던
정읍 옥정호에서 찍은 사진이다.
다른 곳과는 달리 아내가 사진에 찍히는데도 적극적이고
혼자서도 폰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촬영을 한다.
아내도 꽃이 좋은가 보다. 사실 집에 있는 화분이나 화초에는
그다지 애정을 보이지 않길래, 이런 쪽으로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해가 저문 산기슭,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드넓은 구절초 밭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구절초 공원에 올라가는 길에 노점에서 충동적으로 산 마죽은
결국, 집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는^^
이곳은
섬진강 물줄기가 시작된다는 전북 임실군 구담마을이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처가에 들렀다가 오후 무렵 도착한 이곳은
마을전체가 멈춰선 시계처럼 조용하고 옛 가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을회관 앞 이름모를 고목은 사진에서처럼
길게 옆으로 누워 세월의 고단함을 온 몸으로 말하는 둣 했다.
맑은 시내가 굽이쳐 흐르는 마을 앞을 배경으로
가을 오후 더욱 아름다운 아내의 고운 얼굴을 한 장 찍었다.
2012년 동해안 울진에서의 여름휴가 나흘째 되던 날
아내와 이른 아침 해변공원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사상 최악의 무더위와 가뭄이 이어지던 시기라
새벽부터 끈적한 더위가 몸을 휘감았다.
다소 경사진 대나무 사잇길을 걸어 올라
도착한 팔각정 위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다
이미 떠오른 해가 구름을 헤집고 바다 위를 비추는 장면을 보고
한 컷 찍었다. 당연히 사진 상태는 이렇지만.
2년 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매형네와 함께한 휴가였다.
안동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고된 휴가일정에도
잘 참아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누이네와는 얼마만에 놀러온 건지 기억이 안날 만큼 반가왔다.
함께 수영하고, 고기 구워먹고, 사진찍고
1박2일을 흉내낸 게임을 하며 정말 살벌하게 몰두한 것 까지
유쾌한 기억들이 많다...
그리고 마지막 날 덕구 온천에서 목욕을 하신 후
영월의 단종묘 앞에서 울음을 보이시던 어머니의
순박하고 애틋한 모습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좋은 곳이 있으면
우리 엄마ㅠ... 존경하는 우리 엄마 모시고
며칠 씩 다니며 맛있는 음식 드시게 하고
따뜻한 자리에서 실컷 주무시게 하고 싶다.
어머니... 못난 아들 옆에 오래도록 계셔 주세요..ㅠㅠ
2012년 6월 6월
결혼 기념일을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도 평창으로 네 식구가 여행을 다녀왔다.
이곳은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오대산 월정사 진입로의 개천이다.
송은이가 결혼 기념일 선물로 사준 guess 티를 커플로 입고
한 장 찍었는데, 아내의 우월한 미모 앞에
시커먼 나의 모습이 좀 그렇다...^^
평창에 가서 신나는 놀이기구 타고, 곤도라타고, 고기 구워먹고
저녁에는 아내에게 한 달 동안 연습한
"젊은 연인들" 노래를 기타를 치며
결혼기념일 축가로 불러 주었다. 나 제법이지 않은가? ㅋ ㅋ
다음날은 양떼목장에 가서 냄새 쩌는 양들 모이도 주고
정선 5일장에 가서 콧등치기 국수를 먹었는데 맛 정말 없었다.
피곤해서 이날 밤 어떻게 수업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
이때 아내가 나에게 한 말,
"당신은 놀러만 갔다오면 화를 내고 힘들어 해서 놀러가기 무섭다."
아... 심하게 반성했다. 몸이 좀 피곤한데다
이런저런 짜증이 겹쳐서 그랬나본데
아내에게 상처가 된 모양이다.
미안해라.... 다신 안 그러겠다고 아내에게 약속했다..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2012년 5월 일산 호수공원의 목련나무이다.
전날 늦게까지 수업하고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아내를 데리고
일산으로 내달렸다.
월요일 아침, 예상대로 한가하고 느긋한 봄날 평일 오전이다.
운동과 산책, 경치를 사진에 담는 사람들,
이따금씩 정적을 깨는 유치원 아기들의 웃음소리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출구 쪽으로 오다가 발견한 목련 나무 한 그루,
눈꽃이 핀 듯 화려한 그 모습에 끌려 사진을 찍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크림치즈 스파게티와 꿀에 찍어먹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늦은 아침으로 먹었다.
또 하나의 행복한 하루를 아내와 함께 한 날이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내 사진이다.
어딘가 아내의 평소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이라 더욱 그렇다.
머리 스타일이나 스카프, 앉은 자세, 웃는 모습
모두가 조금씩 평소의 아내와는 다른 듯 해서 더 좋다.
2011년 10월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에 갔을 때의 사진이다.
느긋한 가을 해를 맞으며, 이 골목 저골목을 누비며 사진도 찍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은 상호가 기억이 안나는 꽤 유명한 수제비집에서 먹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양파만 잔뜩 들었지
맛은 가격에 비해 그닥.....
여기가 어디냐고? 제주도지.
2010년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가족이 휴가를 보낸 곳이다.
친구 정환이가 있어서 이것 저것 편의를 봐주기는 했지만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우리 가족 휴가역사상
이토록 많은 교통비가 숙박비, 식비를 지출해가며
럭셔리하게 휴가를 보내기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제주도의 맑은 공기를 잊을 수 없다.
이슬이 내린 아침 풀밭을 걸으며 상쾌한 아침 커피를 마시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아,,, 그 때는 담배를 피웠었는데, 문득 강렬한 흡연욕구가 밀려온다. ㅋㅋ
우리아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보다
내가 우리아들을 더 좋아하나보다
시크한 아들놈은 꼿꼿이 거만하게 앉아있는데
난 비실비실 웃으며 옆으로 기울었다, 아들 쪽으로....
우리 아들 잘 생기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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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후로
나와 우리가족은 많은 여행을 했다.
아마 이즈음부터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되고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진 듯 하다.
나와 아내가 처음 만난 것은 1991년
함께 산 것은 1992년 부터
송은이가 94년 생이니
아내가 나로 인해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것은 93년부터만 계산해도
12년을 참고 기다린 셈이다.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피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직 나는 갚아야 할 빚이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다 갚아야 한다. 그리고 몇 배로 더 주어야 할 거다.
당신을 만나서 행복하고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부가 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그리고 소중한 아이들과 더불어
더 많이 노력하고 가꾸어 나갈 것이다.
물론 즐거운 여행도 더 많이 할 거고.
내년에는 유럽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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