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어머니와 봄소풍 - 아침고요수목원

cozzie 2013. 5. 8. 19:47

어버이날입니다.

어머니와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어제 저녁 머리를 새로 하고 계속 예쁘냐고 제게 묻습니다. 

늘 있는 일이지요^^ 

뭐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도 예쁜데^^ 

그래도 다른 사람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모양입니다. 

재작년 가을 무렵 했던 머리의 분위기입니다. 

고운 피부와 차분한 얼굴 이미지랑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소풍 준비를 했습니다.

김밥을 싸고 과일을 깎고

신나는 소풍에 아내는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영숙표 김밥입니다.

먹어본 사람은 누구나 반할 수 밖에 없는 맛이지요.

적당히 찰진 흑미밥에 김을 둘둘 마르고

속으로는 여느 집 김밥과는 달리 개운한 김치가 반드시 들어간다는 거!

ㅋㅋ 우리여보 도시락만으로도 100점 먹고 시작하는 시어머니와의 소풍입니다.

 

보시라!!  속이 알찬 김밥을!

옆에 서서 도와주는 척, 두어줄은 미리 먹은 것 같습니다.

 

 

작년 늦가을

단풍이 모두 진 아침고요 수목원을 찾았을 때

나무에 피어있는 것보다 땅에 떨어진 단풍이 더 멋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색색깔의 단풍잎이 마지막 용트림을 하듯, 화려한 카페트처럼 

수목원 길을 켜켜이 덮고 있었지요.

너무 아름다왔고 그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드랬습니다.

아래 사진이 그때 찍은 건데요, 어떻습니까?

 

 

봄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 하다가 결국 어머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십니다. 

수목원 제일 높은 곳인 고산식물 정원에서 내려다본 수목원 모습입니다. 

분명히 봄이 왔네요..   

 

 

 

아내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표정이 저에게 "아들, 뽀뽀 한번 할까?" 하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뒤편에 철쭉은 꽃망울이 곧 터질거 같습니다.

 

 

피부 미인 2종 세트입니다^^

저희 어머니 지금도 고운 피부를 자랑하십니다만

제 아내도 만만치 않다는...

 

 

 

그늘에서 잠시 쉬고 계신 어머니,

패션 감각이 대단하시지요??

 

 

수목원 모습입니다.

절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연두색 천지입니다.

이런 평화로운 풍경을 보고

어머니는

"에덴 동산"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수목원 초입에 있는 자료실에서 보니

이 수목원을 일군 교수님도 같은 생각이셨다네요.

 

 

꽃밭에 서서 주무시는 어머니^^

이쁜 사진을 많이 찍어드리려고 했는데

자꾸 눈을 감으시면 어떡해요 ㅠㅠ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은

아무래도 모든 일이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차 앞자리도 어머니 차지(?)이고

걸을 때나 식사할 때, 언제든

제가 어머니를 신경쓰다보니

아무래도 아내에겐 좀 미안한 일입니다.

수목원에서 찍은 몇 안되는 둘만의 사진입니다.

주변으로 온통 연보라색 꽃들입니다.  

 

 

수목원 안에 있는 작은 예배당에서

잠시 기도 중이신 어머니..

저희 삼남매를 모두 기르시고

제 아이들과 동생네 아이들까지

모두 길러주신 저희 어머니입니다.

늘 기도와 찬송으로 힘든 일을 잊고 에너지를 얻으시던 모습이 익숙합니다.

지금 무슨 기도를 드리고 계실까요...?

 

 

아내입니다.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하는 영원한 제 연인이지요.

 

오늘 사진 중에

제 맘에 가장 드는 어머니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니 어머니 얼굴 속에 제가 있네요^^

제 어머니가 틀림없습니다!!!!!!!^^

 

이 자세와 표정이

아내와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일반적인 포즈입니다.

앞으로도 항상

지금처럼 아내를 지켜주고 아껴줄겁니다.

화창한 5월의 햇살을 받아 

더 건강해 보여서 좋습니다.  

 

 

 

 

수목원 소풍에서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입니다.

수줍음이 많으신 우리 어머니

웃으시라고 여러번 부탁을 드려도 쉽지 않은 일이신 모양입니다.

그 연세 어르신들이 밝게 웃으며 사진 찍는 일이 어디 쉬운가요..

싫다고 안 하시고 매번 선뜻 포즈를 잡아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입니다.

저희들 뒤로 싱그러운 봄의 초록이 멋진 배경이 되어주었습니다.

 

 

오늘 유난히

즐거워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을 좋아하시고 흙길을 즐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더 자주 모시고 좋은 곳엘 다녀야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아내에게 

다음부터 사진 포즈를 바꾸는 건 어떠냐고 말해봐야겠습니다. 

늘 예쁘긴 하지만 변화는 늘 즐겁고 새로운 자극이 되니까요.. 

 

수목원 한켠에 있는

향나무입니다.

천년향이었나, 이름이?

나무가 아니라 조형 작품인듯한 느낌입니다.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네요..

사람의 많은 노력과 손을 탔겠지요...

 

 

 

 

꽃말이 "나를 잊지 말아요" - Forget me Not

말로만 듣던 물망초를 오늘 처음 보았습니다.

수목원 입구 아로마 가게 앞에 다른 꽃들과 함께 피어있습니다.

초록 잎 사이로 난 보라색 꽃이 왜 물망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요?

 

 

 

점심 식사는

수목원에서 조금 떨어진

사미가라는 곳에서 했습니다

2시간 전에 미리 예약한 누룽지 백숙을 먹었는데

반찬들도 괜찮고

백숙으로 올라온 닭은 정말 큰녀석이라

우리 세사람이 배가 벌떡 일어서도록 먹은 거 같습니다.

다만 백숙은 사장님이 몇번씩 오셔서 불을 보고

고기를 찢고 세팅까지 해주셔서

대놓고 사진을 찍기가 좀....

맛은 뭐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야채와 약재도 많이 들어가고

특히 닭국물에 누룽지를 같이 끓여 먹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손님이 너무 없어서 맛이 살짝 걱정되었지만

5만원이 그닥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같이 먹은 가평 잣막걸리도 담백하고 탄산 느낌이 없어서 개운합니다.

 

 

어딜 찍어도 그림이 되는 수목원의 5월입니다.

총천연색의 꽃들 뒤로

잣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선 모습이

보는 사람들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합니다.

 

 

모처럼 어머니가 웃으신 사진입니다.

아내가 몇 차례 졸라서 간신히 입가에만 웃음이 보이네요

비싸신 우리 어머니^^

큰 아들밖에 모르시는 아들바보이십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면서 

그토록 좋아하시는 큰 아들 효도를 맘껏 받으셔야죠.  

 

 

 

 

수목원에서의 마지막 사진입니다.

올적 갈적 길도 하나도 안 막히고

사진 잘 나오라고 날씨도 쾌청

어머니 컨디션도 최상이시고

모든 면에서 만족스런 수목원 봄 소풍이었습니다.

올 가을 단풍이

시리도록 붉게 물들 때 

어머니 모시고 다시 다녀 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