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주부터 매주 금요일은 "노는날" 입니다.
과외를 시작하고 딱 3년동안은
휴일도 없는 "월화수목금금금"의 연속이었죠. 그만큼 애들이 많았단 얘기입니다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뎌냈는지
제 스스로가 대견스럽습니다^^
고3이 한꺼번에 스물 다섯명이나 빠져 나가니
느닷없이 찾아온 여유가 어색하고 부담스럽네요.
지난 주엔 호암미술관과 이태원,
이번주엔 아예 온천으로 목적지를 잡았습니다.
아산 스파비스 근처의 모텔에서 온천을 즐기고
올 초 저희 가족 모두에게 맛있는 추억을 선사한 "꽁당보리밥"집을 다시 한번 가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잠시 들린 현충사입구입니다.
충무공의 위패가 있는 곳이라니 한번 들어가 볼까 하다가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만 계신 듯 해서^^
인증샷만 찍고 그냥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아내 뒤로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입구입니다.
근데 오늘따라 아내가 더 예뻐 보인다는^^
연애할 때 가끔 운전석에 앉혀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
이십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아내를 처녀 시절로 데려간 듯 합니다.
어려보이기도 하고, 근래 찍은 사진 중 가장 실물에 가깝게 나와서 기분 좋다는 ...ㅎㅎ
저도 아내와 같은 자리에 서서 한장!
불룩 나온 배, 눈에 띄게 줄어든 머리숱,
하지만 왠지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뭐 이런게 중년의 모습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곤 곧바로 온천욕을 할 파라다이스호텔로 갔습니다.
전형적인 모텔이네요.
왜 러브모텔 기사 나올 때 배경으로 깔리는 그런 모텔말입니다.
아내도 솔직히 좀 꺼려졌나보더라구요.
대낮에 이런델(?) 들어오는 거 말입니다.
4시간에 25,000원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서
깔끔한 침대, LCD 티비, 인터넷되는 컴퓨터,
그리고 무엇보다 두사람이 정답게 목욕을 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욕조와 온천수
비록 월풀스파는 아니지만
아내와 저는 오랜만에 편안하게 둘만의 온천욕을 즐겼습니다.
욕실에서 아내 사진도 찍었는데 19금 사진이라 ㅋㅋ
나만 즐길거라는^^
바로 옆 아산 스파비스가 폼나긴 하겠지만
지난 겨울의 경험상으로 보면
가족 모두가 아니면 부부 둘이서
어설픈 온도의 실내탕에만 있기도 그렇고
추위를 무릅쓰고 야외탕에만 있기도 그렇고
더군다나 대중탕에선 따로따로 뭐 얼마나 있겠습니까?
입장료와 밥값, 비싸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답이네요.
잠시 아내와 함께 눈도 좀 붙이고 일어나니 배가 고파옵니다.
30분 거리에 있는 배방 꽁당보리밥을 찾았습니다.
퇴근길이라 다소 막히는 아산 시내, 이곳도 개발붐이 몰아닥쳐 곳곳이 아파트 단지들입니다.
지난 겨울 온가족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혹시 그때만큼 맛없으면 어쩌나 은근 걱정도 했는데
왠걸... 그대로입니다.
보리밥에 된장짜개, 그리고 동태구이 추가로 시켜서 만 6천원
밥, 나물, 국, 반찬, 생선구이까지 버릴 게 하나 없습니다.
넉넉한 아주머니들의 인심으로 보리튀밥까지 덤으로 받고
밥집을 나섰습니다. 포만감이 몰려옵니다.
이제 올라가는 길
아내가 좀 피곤한 듯 하지만
마지막 휴일을 이렇게 아내와 함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음주부터는 금요일날 노는 건 끝입니다^^
돈 벌어야지요.
꿀같은 두번의 휴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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