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인 전라북도 산서에 내려가는 날입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주차장엘 내려가보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제 애마 트라제가 문짝에 테러를 당했습니다.
누군가 차를 빼다가 제차를 긁고 그대로 줄행랑을 친게 분명합니다.
으.........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 순간 다 때려치우고
관리사무소엘 가서 cctv를 검색해 당장에 범인을 찾아내어
뺑소니 운전자로 신고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그럴순 없는 일이죠. 아내의 고향집에 두분 부모님을 뵈러가는 길인데다가
가는 길에 휴양림과 광한루, 맛집 두 군데를 들리기로 한지라
아내도 기대가 큰데 이만한 일로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
씩씩거리며 출발을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와 통화를 해서
월요일 오전에 cctv를 검색하기로 하고
그일을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다시 상쾌한 기분으로 두시간반을 달려
충남 보령에 있는 성주산 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한가한 숲을 걸었습니다.
특히 이곳은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데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편백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은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시커먼 얼굴
굵어진 팔과 두꺼운 상체
날렵하던 정호는 어디로 간건지...
편백나무 숲을 지나니 숲 속 산책로가 계속 이어집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나무들 사이로 오솔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대략 한 시간의 산책이 지루하질 않았습니다.
산책로가 거의 끝나는 지점의 다리 위에서
아내입니다.
휴양림 쪽으로 오면서 보았는데
이 지역이 조경석의 생산이 활발한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숲 곳곳에 시비가 세워져있는데
모두 조경석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김지하님의 시와 고은님의 시,
그리고 대학 때 애송했던 김현승님의 시도 아내와 함께 감상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와 좋은 곳에 와서
훌륭한 시인들의 시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행복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한 시간여 가벼운 산책 후
산을 내려오다 만난 넓은 잔디밭입니다.
휴양림에서 30분거리에 있는 사골 수제비집입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인데
오랜 역사만큼의 내공이 보이는 듯 한 식당외관입니다.
사골수제비, 도가니수제비, 김치수제비가 있는데
저희는 사골수제비를 시켰습니다.
득달같이 2인분이 담긴 수제비 항아리가 나왔습니다.
뭐 특별히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구수하고 담백한 사골국물에
쫄깃한 수제비가 제법 시원하고 맛이 좋습니다.
가격은 2인분에 14,000원
반찬은 김치와 직접 담근 무장아찌입니다.
김치는 조금 매운데 달콤새콤한 장아찌는 제법 감칠맛 나는 반찬입니다.
에고.. 사진이 흔들렸군요.
식사를 마치고 원래 예정은 남원으로 가는 것이지만
처음 와본 보령을 한번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근처의 바닷가를 찾아가보았습니다만
쓸쓸하고 한적한 어촌의 모습만 보고 차를 돌렸습니다.
날도 뜨거웠지만
바다만 보면 뭐랄까요... 가슴이 답답해지고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보령에서 두 시간여를 달려 남원에 도착했습니다.
춘향전의 배경이 된 광한루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주차비 2,000원, 입장료 10,000원입니다.
작년 전등사에서 받았던 느낌 - 지자체들이 유적지를 가지고 장사한다는 불쾌한 그 느낌이 다시 살아납니다.
도대체 주차비를 왜 따로 징수해야 하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네요^^
잘 꾸며진 정원같은 광한루를 아내와 느긋하게 거닐었습니다.
나무들도 우람하고 곳곳에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남아있습니다.
이곳은 춘향과 몽룡이 처음으로 "썸"을 탄 방이라네요. ㅋㅋㅋ
저와 아내가 처음으로 "통한"곳은 어디인줄 아십니까?ㅎㅎ
아내의 표정이 귀엽습니다.^^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 한 송이
반가운 마음에 사진에 담았습니다.
언제보아도 연꽃은 고고한 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네입니다.
아내를 뒤에서 밀어주었는데
소녀처럼 좋아합니다. 워낙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높이 오르도록 밀지는 못했지만
깔깔거리며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광한루 여기 저기 조성된 대밭에
죽순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신기하죠??
광한루입니다.
풍류와 술, 문학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자에서 수많은 농민의 고혈을 짜내어
흥청망청 타락했을 조선 후기 양반들의 패악함을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세상은 이리도 안 변했는지.
돈에 눈이 멀어 소중한 우리 아이들 수백명이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갈 때
위정자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개탄스럽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내의 밝은 표정을 보며 불편한 심사를 달래 봅니다.
오작교에 선 아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까치들이 만든 다리 아닙니까??
때아닌 5월의 더위 때문에
긴 시간 관람하지는 못하고
식사를 위해 "부산집"이라는 추어탕집을 찾았습니다.
전에 들렸던 "새집"이라는 추어탕집도 유명합니다만
정작 남원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여기라는 작은 처남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다른가 한번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아내의 자세가 어색하지요?^^
사진을 찍는다니까 손을 뒤로 감추고 있습니다. 참... 귀여운 아줌마입니다.^^
반찬들을 제법 맛깔스러워 보이고 맛도 있습니다.
다소 흠은 짜고 맵다는 거ㅠㅠ
추어탕이 나왔습니다.
좀 맵네요....
국물이나 우거지는 아주 담백하고 좋습니다.
가게에서 먹은 추어탕엔 없었는데
포장으로 산 것에는 젠피가 들어있어서 향이 좀 강했습니다.
담부터는 그냥 새집에서 먹어야 할 듯 합니다 ㅎㅎ
모든 일정을 마치고 산서에 도착하니
장모님이 반가이 맞아주시고
곧이어 아버님과 큰 처남이 들어왔습니다.
큰 처남 식구들도 내려왔군요. 예상에 없던 일이라 반가왔습니다.
저녁 식사 후 아내와 배도 꺼뜨릴 겸 아내의 모교인
산서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옛 시절을 더듬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골의 찬 밤공기를 마음껏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큰 처남 식구들과 맥주 한 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역시 이곳에서도 화제는 아이들입니다.
장모님은 몸도 불편하신데 자손들 하는 이야기를 들으시며 흐뭇해 하십니다.
사실 저녁 무렵에는 말이 없으신 장인 어른과 이야기를 터보려고
이런 저런 말로 대화를 유도해 보았습니다만
질문과 단답식 대답이 몇 차례 오고간 후
그걸로 끝. ^^
아버님과 친해지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제가 우스갯 소리를 하면 같이 웃기도 하시고
무엇보다 제가 처가에서 마음과 행동이 편해졌거든요.
저희 집같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오랜만에 처가에 온 김서방을 익혀(?) 버릴 듯한
보일러의 공격으로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잠을 자고
일찍 산서를 나섰습니다.
오고 가는 길이 어쩜 이리도 안 막히고 날씨도 좋은지 고마울 따름입니다.
장인어른이 주신 쌀과 장모님이 챙겨주신 나물 등을 차에 싣고
인천으로 인천으로 달렸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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