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휴가는 4박 5일, 예년보다 하루를 줄였습니다.
너무 길게 쉬면 아무래도 수업에 지장이 많고 한달 뒤엔 철이른 추석도 있어서
너무 긴 휴가는 부담이 될 듯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매형 가족과의 휴가는 3박 4일로 정하고 하루는 푹 쉬기로 했습니다.
7월 한달 내내
숙소를 검색해서 정한 다음, 근처 괜찮은 곳을 찾아보고, 맛집을 정하고, 시간 계획을 짜는
휴가 준비로 바쁘지만 즐거운 한달을 보너스로 받았습니다.
사실 휴가도 즐겁지만
그전부터 저는 신이 납니다. 에너지도 생기구요.
휴가 한 달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기말고사 준비와 아침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여름방학의 빡빡한 시간표를 견뎌내는덴
이보다 더 좋은 모르핀이 없지 싶어요^^
얼마전 주차장에서 뺑소니에게 차를 긁힌 적도 있는데다
초행인 강원도 오대산 여행에 필요한 것 같아 망설이던 블랙박스도 달았습니다.
똥차에 돈 바른다고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뭐 신경 안 씁니다!^^
심지어 차량벨트교환까지 거금을 들여 마쳤습니다.
불가능하겠지만 자연 속에서 읽고 싶은 책 한권도 준비했고
매년 여름 만드는 휴가 시간 계획도 인쇄해서 가족 모두에게 돌렸습니다.
하하... 유별난 김교사라구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휴가 첫날 아침
전날밤 충돌한 아들과 불편한 관계 때문에
영 내키지 않은 휴가길에 나섰습니다만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의 탁 트인 도로에 들어서니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홍천 굴업리에서 만난 두부전골집은 정말 괜찮은 밥집이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당신 어릴적 드시던 그맛이랍니다. 그럼 얘기 끝난거죠^^
두부전골과 청국장, 감자전을 시켜 먹었는데
5만원으로 다섯 식구가 푸짐하면서도 따뜻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전날밤 피로와 마음속 우울한 기분이 다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죠.
말고개 촌두부라는 곳인데
정말 음식점 비주얼은 별로인데 주인장 할머니와
그 가족으로 보이는 네 식구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저희와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특히 강원도 뱀이야기는 압권이었습니다.
밤에 아내가 뱀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하하하
근데 뱀꿈은 태몽아닌가........................................
늦은 점심을 먹고 1시간여 차를 달렸을까...
예정대로 4시간만에
드디어 절대청정 오대산 열목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사진 보시죠....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탁 트이는 그런 기분입니다.
온통 푸른 산에 들러싸인 한솔재펜션이 저희 숙소입니다.
적송들로 둘러싸인 이 집은 제 20년 여행 역사(?)에서 최고의 숙소 중 하나가 될 거 같네요.
따스한 분위기의 주인 내외분도 좋았고 방값이 두 집 합쳐서 50만원이지만 저희는 아깝지 않았습니다.
짐을 풀고 곧바로 아내와 산책을 나섰습니다.
사람이 없습니다. 대낮인데도.
ㄸ거운 해만 피하면 절대 적막과 절대 청정,
아.... 우리가 정말 좋은 곳에 휴가왔구나 하는 실감이 드는 순간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저녁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피곤에 쩔은 저는 한발 물러서고
매형과 조카 규진이가 고기와 조개를 굽고
아내는 끝내주는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
작년 원주 치악산 휴가에는 등갈비를 별미로 준비했고
올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개와 새우를 굽기로 했습니다.
미리 점찍어둔 노량진수산시장 조갯집에서 공수해온 녀석들입니다.
삼겹살, 목살과 그리고 맥주.
두가족이 어머니를 모시고 정겹게 둘러앉아 식사를 했습니다.
부러울게 없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순간들 사이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명호가족을 잠시 떠올렸습니다.
아쉽고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저녁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곯아떨어졌습니다.
밤에 아내와 둘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네요.
대신 아침 여섯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시고 숙소를 나서니 청명하고 차가운 기운이 몸을 감싸는군요.
온도계 앱을 받아서 이곳 온도를 재보니 18도....헐....
그시각 인천은 26도랍니다. 열대야로 푹푹 쪘답니다^^
이게 진정한 피서(더위를 피하다) 아니겠습니까?
온땅에 맑은 이슬이 내린 광경은 4년전 한라산 중턱의 숙소에서 본 이후 처음입니다.
잠시 후 따라나선 아내와 잠시 데이트를 했습니다.
잠이 모자라 붓기가 있긴 해도 맑고 고운 얼굴이 이곳을 닮았습니다.
더 좋은 곳을 더 많이 함께 보고 싶은데
아내의 체력이 예전만 못해 걱정입니다.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란말 요즘 완전 공감하고 있습니다.
잠에서 깬 숑을 데리고 30분 거리에 있는 살둔마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작년말 혜민스님, 차인표, 박찬호 세 남자가 눈을 뚫고 찾아와
밤새워 대화를 나누고 눈덮힌 벌판에서 뛰어다니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었는데
그곳이 바로 우리가 찾아간 살둔이라는 곳입니다.
이름이 너무 정겹지요? "살둔"이란 살만한 둔덕이라는 순 우리말입니다.
들어가는 진입로부터 예사롭지 않은 경치가 펼쳐집니다.
여우비도 간간히 내리고, 에어컨을 전혀 켜지 않아도 서늘한 강원도의 바람이 몸을 사리게 만듭니다.
유명한 살둔산장 앞에서 사진도 찍고
살둔계곡과 살둔분교 구경까지 요란하지 않아도 아기자기 볼 것 많은
오전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칡소폭포라는 곳에서
정말 열목어가 상류를 향해 뛰어오르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가슴 벅찬 장면이었습니다. 맑고 시원한 물을 뚫고 바위 넘어 높은 곳을 향해 몸을 던지는 그들,
기회주의적이고 몸을 사리는 중년의 제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이보게 친구, 알량한 가진 것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시게나.
새로운 삶을 향해!"
돌아오는 길 숑이 선루프를 열어달랍니다.
그리곤 일어서더니 머리를 차밖으로 내밀고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합니다.
아내는 위험하다고 빨리 내려오라 하지만
저는 그냥 두었습니다. 늘 동생에게 양보하고 뒤로 밀리던 아이입니다.
모처럼 하고싶은 일이 생겼는데 동생 눈치 안보고 마음껏 하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한번 더 이곳을 찾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싶은 곳입니다.
어제 저녁에 남은 해물된장찌개로 늦은 아침을 먹고
서둘러 통마람계곡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숙소에서 오대산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아예 사람들이 안보이는 계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끼리 물장난을 하고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고, 제가 바위에서 미끄러지며 다리를 약간 다치기도 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실컷 물에서 즐겼습니다.
현서는 아예 해가 내리쬐는 계곡 옆 넓적한 바위에 누워버렸습니다.
너무 좋답니다. 마음이 편안하답니다.
저녀석이 회장선거로, 성적으로, 여자친구 문제로 시달리고 힘들었던게지...
오죽하면 사람없는 이 곳이 좋다고할까.. 순간 짠해집니다.
물에 안들어오려 버티던 아내는 결국 제 성화에 못이기고 물에 몸을 담갔습니다.
그런데 절대로 자기를 빠뜨리면 안된다고 애원을 하는겁니다.
뭐어쩌겠습니까... 아내를 사랑하는 제가 참아야죠.
휴가는 뭐니뭐니해도 맛난것을 먹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첫째날 점심은 구수한 두부전골과 청국장,
저녁은 두툼한 목살과 조개구이
둘째날 아침은 계란후라이와 된장찌개
저녁식사는 송어회입니다.
전부터 아이들과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입니다.
다들 콩가루에 비벼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송어튀김도 매운탕도 개운한 것이 강원도 1,000미터 고개를 두개나 넘어 찾아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다만 인제 내린천에 있는 두무대 송어횟집 직원들의 썩 친절하지 않은 태도는 맘에 들지 않습니다.
두시간을 운전해서 비를 맞고 찾아간 손님들에게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접대를 하길래 결국 한마디 했습니다만
맛있는 음식 때문에 그냥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식사할 때부터 큰 비가 내렸습니다.
실컷 놀고나니 비가 오네요.
늘 그랬지만 제가 놀러오면 비가 도망가는 징크스는 올해도 어김없습니다^^
휴가 마지막 날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피서를 해서 그런지 하루 더 있다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식구들 모두 일찍 일어나 가까운 곳에 있는 삼봉휴양림을 찾았습니다.
여기도 좋습니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오솔길과 깨끗한 물이 저희를 반깁니다.
1시간 정도 걸으며 숲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고 돌아오면서
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누이와 어머니는 아침이라서 그런가요, V 포즈를 잡아주시긴 했는데 좀 피곤해 보이는군요.
이번 휴가 유일한 우리가족 사진입니다.
쌩얼에 부시시...
그래도 우린 "으리의 한가족!"
한솔재펜션을 나와 다시 인제로 향했습니다.
한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내린천.
기온이 올해 최고인 37도랍니다.
작렬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느끼며 래프팅을 즐겼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위험하지도 않구요.
아내도 발갛게 얼굴이 익긴했지만 즐거운 눈치입니다.
아들이 너무 즐거워해서 제 마음도 좋습니다.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많은 것들을 강물에 다 떠내려보내고 홀가분하게 돌아오길 바랐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우리집 네비 김기사의 영특한 인도를 받아
쉬지않고 달려 가족식사를 예약한 강강술래에 도착했습니다.
돼지갈비와 육회, 된장찌개로 여독을 달래고
집으로, 집으로...
다행히 별 탈 없이 다녀와서 감사하고
어머니가 크게 힘들어하시지 않고 잘 드시고 잘 계시다 오셔서 또 감사합니다.
아들과 불편하게 출발했지만 잘 지내고 와서 감사하고
아내가 아프지 않아 제일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 소중한 추억 하나가 더 늘어 행복합니다.
이글을 올리는 지금도
한솔재펜션 앞 눈부신 태양과 맑은 공기가 그립습니다.
어머니와 가을에 단풍도 보고 밤도 따러 또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제 열심히 일해야지요.
숨막히는 8월, 9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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