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래된 그래서 정이 든.....

cozzie 2013. 1. 30. 14:56

 

출근하다가

아내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얼마전 롯데백화점에서

어머니가 백만원이 훌쩍 넘는 외투를 하나 사셨던 모양입니다.

김향섭 여사 원래 뭐 사실 때

함께 간 사람들은 물론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들까지

진을 다 빼신 후에야 겨우 결정하시는 스타일이신데

그만, 어렵게 사신 그 옷이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입니다.

사신지 3주나 흘렀고 이미 한번 외출하실 때 입으시기도 한 눈치이신데

바꿔줄리가 있습니까? 아예 기대마시라고 다들 이야기하신 모양이에요.

어머니는 결국 교환을 포기하시기로 했는데

아내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 매장에 전활해 본 모양입니다.

아니 글쎄....!

옷을 가지고 나오라 했다네요, 바꿔줄수도 있다고.

허헛..이런 고마운 가게가 있나? 당장 어머니를 모시고 내일 가보아야 겠네요^^

소심하신 우리 어머니

마음에 안드시는 옷 때문에 애를 태우실까 걱정하던 차에 짐 하나를 덜게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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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비싼" 옷 바꾸실 걱정이 크시겠지만,

저는 아래 사진에 있는 제 낡은 신발이 너무 좋습니다.

뭐 좀 메이커 있는 신발이긴 하지만,

적어도 7~8년은 족히 되었을 이 랜드로바가 이젠 정이 듬뿍 들어서

버리기도 싫고, 설사 더 이상 제 발을 감싸주는 역할을 못하고 은퇴를 하더라도

이렇게 사진으로라도 남겨서 저의 애틋한 마음을 신발에게 전하고 싶어지네요.

"신발아.... 고맙다. 너와 함께 한 많은 시간들,

내겐 소중하고 귀한 순간들이었다. 너를 신고 돈도 많이 벌었고,

중요한 순간마다 너를 신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전국을 누비기도 했으니, 어찌 고마운 마음뿐이겠니...

다 닳아서 헤어지고 색 바랜 추한 모습이지만, 마치 어머니가 해주시는 된장국의 깊은 맛과 같아서

신어서 불편하지 않고, 내 발과 마음에 꼭 맞는 이 느낌이 너무 좋구나.

다시 한번 고맙고, 한번도 닦아주지 않고 함부로 대했는데도

어디 한 군데 터지지 않고 잘 버텨주어 감사하구나.

오래도록 내 옆에 있어주렴......"

 

 

 

 

이 옷도 위의 랜드로바 만큼은 아니지만

2007년 부터 제 몸을 덮어주는 역할을 했으니 역시 정이 가는 녀석입니다. 

송은이가 입으려고 샀다가 커서 안 입는 것을 제가 물려입었는데

가볍고 따끗하고 좋네요. 

물론 유행도 한참 지나고, 이젠 조금 싫증도 나지만 

이 옷도 제 인생의 반전 드라마에 충실한 소품으로 함께 있어왔기 때문에 

귀하고 소중합니다.   

 

 

 

 

ㅋㅋㅋㅋ

뭐냐구요? 역시 한 6~7년된

연필깎이입니다. 이 모델 아는 사람 많을 겁니다.

국산으로 튼튼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살 때는 좀 비싼 느낌이었지만

되지도 않는 중국산보다 열배는 오래가고 아직도

연필을 깎아보면 촉이 날카로운게 새것과 다름없죠.

교연학원 시절부터 제 책상에서 저와 함께 지내는

또 다른 오랜 친구입니다.  

 

 

 

 

하하하하하!!!!!!

오래되서 정든 걸로 치면

아래 사진에 있는 제 여자친구만 하겠습니까?

제 사무실 책상 노트북 우측에서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절 보고 웃어주는 아내입니다.

하나님께서 절 사랑하시는게 틀림없습니다. 

이런 여자를 어디 감춰두셨다가 제게 주신 걸 보면 말입니다. 

다른 남자들이 가엾어집니다. 

이런 보석을 못보고 지나가다니....ㅋㅋㅋ  

 

 

 

ㅎㅎ

낡아서 오래된 제 가장 오래 친구입니다.

폭풍같은 젊음을 뒤로 하고

이제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여

하루 하루 익어가고 늙어가는

저 말입니다.

아직까지 제가 고맙진 않습니다.

더 혼나야 할 듯도 하고

더 철이 나고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

제 삶의 모든 흔적들을 돌아보면서

제게 혼잣말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합니다.

"정호야.... 수고했다. 그만하면 잘 살았구나.

이제 푹 쉬고 남은 시간들을 잘 마무리하렴."

 

oldies but goodies

라고 했나요?

익숙한 것이 점점 좋아지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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