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로 유학을 간 것이 1989년,
서울 올림픽이 끝나고
혼란스런 내 삶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유럽 대륙을 방황하던 그해 3월,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이 의미없는 일이라고 판단했고
무언가 내 인생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떠밀려
내 옷을 붙잡고 우시는 어머니를 공항에서 강제로 떼어놓고
비행기를 타고 8시간만에 도착한 낯선 땅.
공항픽업을 나온 태국 학생의 차가
택시에게 들이받히는 기가막힌 사건을 겪으며
도착한 대학 기숙사. East House였나?
그때 처음 원두커피라는 것을 먹어보았습니다.
오랜 비행시간동안 잠도 못잔데다, 9월은 그곳 날씨로 아직 겨울,
사고의 충격으로 허리도 아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향긋한 원두커피향이 은은한 기숙사 로비는
얼었던 내 마음을 한순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후로
늘 꿈을 꾸었습니다.
상쾌한 아침, 은은한 원두향이 퍼지는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진하지 않은 커피를 마시며
사랑하는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십 수년이 지난 오늘 아침에야 그 바램이 현실이 되었네요^^, 세월 참 빠르죠......
커피머신을 사네, 에스프레소 머신이 낫네,
캡슐을 살까, 분쇄된 커피를 살까?
언제부턴가 따지고 고르는 버릇이 생긴 제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처형네 있는 커피머신을 공짜로 얻어오고
원두커피는 향이 좋다는 콜롬비아 수프리모로 결정했습니다.
이거 두개 정하는데 근 한달이 걸렸네요
라인커피라는 인터넷 원두커피 쇼핑몰에 여과지와 함께 주문했더니
오늘 아침 늦은 식사를 하는데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마침, 숑이 먹고 싶다 해서
어젯밤 사놓은 생크림 케익이 있어서
나와 아내, 숑 이렇게 셋이서
콜롬비아 수프리모 원두커피를 시음했습니다.^^
아직 물 조절이 서툴러서 다소 연하기는 하지만
저와 아내는 원래 진한 커피를 즐기지 않아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아.... 기분 좋았습니다^^
처음 내린 원두커피입니다.
기념 사진 한 장 찍어주었습니다.
뭐 한가지 꽂히면 법석을 피는 제 성격상
앞으로 원두커피 공부를 또 요란스럽게 할 게 틀림없습니다^^
이 녀석이 처형네서 건너온
외제 커피머신입니다.
뭐 세련되지는 않았어도 초보에게는 딱이지 싶네요.
복잡한 기능도 없고, 그냥 물 붓고 커피 담고 스위치 켜면 끝!
넉 잔 정도만 내릴 수 있는 소형인게 다소 흠이긴 합니다.
제가 수업 때문에 목이 말라서 자주 커피를 찾거든요.
위에서 말한
원두커피 콜롬비아 수프리모입니다.
원플원 행사를 하길래 150그램 두 봉지에
만 9천원 주었습니다.
향도 좋고 쓰거나 맛이 강하지 않아 마음에 듭니다.
사무실에 나와서 옆집 안 선생 한잔 주었더니
자기도 사겠다네요^^ 따라쟁이...
함께 주문한 여과지인데
잘 몰라서 너무 큰 치수를 주문했네요.
가위로 윗부분을 3분의 1쯤 잘라내고 쓰고 있다는^^
초보 티를 내는 거지요.
흠............
이제 잔잔한 행복과 소일거리가 한가지 더 늘었습니다.
특히 맛난 거, 커피, 케익, 과자 같은 초딩표 음식 좋아하는 저인지라
이런 저런 원두커피 사들여 마시기 시작할테고
또 다양한 도구들을 가지고 실험을 할테니
아내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합니다.
"여보!!!!!! 철 좀 나세요~~!!
ㅋㅋ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아침을 상쾌하게 맞을 수 있는
향 좋은 부드러운 커피 한 잔을 선물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설레임이
마냥 좋은 3월 오후입니다.
두 유 워너 원두커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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