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 산소에 새 잔디를 입혔습니다^^

cozzie 2013. 3. 27. 20:26

이제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지난 가을부터 제 마음 한켠을 짓누르고 있던  숙제 하나를

오늘에야 비로소 끝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산소의 봉분과 주변 묘역의 흙과 잔디를 다 걷어내고

새 흙과 새 잔디로 다시 공사를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설에 찍은 아버지 산소 모습입니다.

겨울이라 눈 때문에 잘 분간이 되진 않지만 잔디가 모두 죽어있었습니다.

원인은 오늘 밝혀졌습니다.

봉분의 흙을 2미터 깊이로 파내려가도 쇠뜨기라는 잡초의 뿌리가 계속 나왔습니다. 

일하시던 광성석재 분들도 깜짝 놀라셨습니다. 

그분들 말씀이 아무리 잔디를 관리해도

쇠뜨기를 막지 못하면 방법이 없다는 군요, 잔디가 다 죽는답니다.ㅠㅠ 

 

 

 전날 밤 명호가 보낸 산소 공사비 일부입니다.

돈봉투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만,

무엇보다 제가 잘못 가르쳤다는 게 가장 먼저입니다.

아버지 봉분을 살피는 일보다 사업이 바쁘면 안갈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제 책임입니다.

무슨 일보다 먼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을 소중히 여기게끔

분위기를 만들고 야단을 치고 했어야 하는데...

까짓 몇십만원 안받고 말지... 하는 후회도 해봅니다.

앞으로는 돈을 나누어 내는 것보다 무슨 일이든 같이 하는 법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오전 8시반, 집을 나서서 하성면 양택리에 있는 아버지 산소에 도착하니

벌써 일하시는 분들이 묘의 흙을 다 걷어내고 계셨습니다.

이번이 세번째로 아버지 산소 일을 부탁드린 건데,

언제보아도 부지런하십니다.

낯익은 사장님과 아저씨 한분에, 오늘은 사모님, 아드님까지 출동하셨습니다.

요즘 이런 묘지 만드는 일 아무도 하려들지 않아

어쩔수 없이 외동아들을 끌고 왔다고 혀를 차시는 사장님이 조금 안스러웠습니다. 

아예 흙을 트럭으로 한 차 싣고 오셔서 

옛 흙을 모조리 걷어내시길래,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잡초와 쇠뜨기 씨앗, 벌레들의 알 같은 것을 모조리 제거하려면,

그리고 새 잔디가 빨리 흙에 적응할수 있도록 

잔디를 받아오신 전남 해남군의 붉은 흙을 뿌리는 게 낫다 하시네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제 봉분의 잔디는 거의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이렇게 흙과 잔디를 교대로 켜켜이 쌓아올리는 식으로 

봉분을 만들어야 주저앉지도 않고 

잔디도 잘 산다는 군요.

잔디의 천적인 쇠뜨기 잡는 농약 이름과 혼합비율, 뿌리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주신 분이 바로 아래 사진의 모자 쓰신 분이십니다.

담배를 즐기시는 것 같아

따로 두어 갑을 챙겨드렸더니

봉분도 더 꼼꼼이 봐주시고 마지막에는

인근 공터에서 흙을 가져다가 묘 주변 정지작업도 해주셨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완성된 봉분 잔디입니다.

처음에는 봉분이 안정되도록 흙도 전보다 얕게 쌓고

봉분 위도 반듯하게 모양을 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을 것 같아

봉분을 좀더 올리고, 윗부분도 둥글게 마감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일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던 중이었기 때문에

제 말대로 하려면 다시 봉분 흙을 3분의 1쯤 걷어내고

잔디 작업도 다시 해야 한다는군요.. 저런... 제가 너무 말을 늦게 한거죠. 

그래도 이분들 즐거운 표정으로 괜찮다고 좋게 말하시네요.

도착하자마자, 일 끝내고 점심 같이 먹자고 말씀 드리고

담배하고 물, 떡 이런 간단한 간식 거리도 챙겨드리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켰더니, 이분들도 마음이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역시 사람의 일이란

돈이나 조건보다 마음이 움직이는 게 먼저인 모양입니다.

  

드디어 완성된 봉분의 모습입니다.

처음보다 보기 좋습니다.

붉은 흙과 나란한 잔디의 결이 잘 어울립니다.

앞 모습입니다.

사진의 각도가 안 좋아서 그렇지 앞쪽도 

잔디와 봉분이 예쁘장하게 다듬어 졌습니다.  

 

봉분의 옆 모습입니다.

잔디와 흙이 각각 다섯켜씩 쌓였습니다.

처음에 공사한 봉분의 모습이 이랬드랬습니다.

잔디가 네켜에 윗부분도 납작하고,

안정감도 있고 봉분이 주저앉지 않는다는 말씀도 하셨지만

제가 좀 올려달라 부탁을 드렸더니 바로 고쳐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실 걸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소 주변의 잔디를 다시 심는 작업입니다.

아버지 산소는 머리 두신 부분이 워낙 넓어서 잔디도 많이 필요합니다. 

잔디를 듬성듬성 놓으시는게 아니고 줄줄이 붙여서 깔고 계십니다. 

이래야 씨도 빨리 내리고 잘 자란답니다. 

10평 산소에 잔디를 스물 다섯평 분량을 심으셨다네요..

그래도 10년 단골이라고

큰 비용 받지 않으십니다. 

충남 청양 분들인데 성격도 느긋하고, 일 솜씨도 좋으신걸 괜히 딴데 알아보는 수고를 했네요.

김포의 닭갈비 집에서 일하신 분들께 점심을 대접해 드리는 것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후일에 납골당이나 가족묘 일이 필요하면

저렴하고 좋은 석물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는 약속을 받고

광성석재분들과 헤어졌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비용이 좀 들긴 했지만,

어머니께서 신경쓰실 일을 하나 없애서 좋고,

겨우내 보기 안좋은 묘에 누워계신 아버지께도 죄송했는데

이제사 아들 노릇 조금 한 것 같아

몸은 피곤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음에도

여유롭고 넉넉한 기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까지 운전을 해왔습니다.

 

오는 길에 할머니 산소가 있는 쪽으로 지나가면서

이장문제나 납골당 준비 등등..

아직 제가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 큰 아들로 산다는 건 이런 것인 모양입니다.

 

다음주가 한식이네요.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새옷 입으신 아버지를 뵈러 가야겠습니다.

물론, 천보배 할머니도 가서 뵈어야지요.

포근하고 한가로운 3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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