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짬뽕에 꽂히신 어머니^^

cozzie 2013. 4. 16. 20:07

 

오늘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요로결석으로 한동안 많이 아프셨는데

치료도 받으시고 약도 드셔서 이젠 좋아지셨습니다

촬영을 해보니 아직 염증이 다 가신건 아니랍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큰아들이 되어가지고 아프신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도 못하고

칠십 평생 큰아들만보시고 사시는

당신의 마음도 편케 못 해드리니 말입니다.

요즘은 은성교회 건축일이 마음에 걸리시는지 잠도 가끔 설치시는 눈치입니다.

하.... 언제쯤 우리 어머니는 모든 걱정과 시름을 내려놓으실까요?

그게 이 땅 모든 어머니, 아니 부모들의 운명인가요?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병원에서 나와 어머니를 모시고 일산을 지나 송추로 내달렸습니다

맛난 짬뽕을 한그릇 대접하고 싶었거든요

요즘 얼큰한 국물을 찾으시는 것 같아서요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께서

함께 주문한 해물짜장이나 탕수육보다는

짬뽕을 맛있게 드시는 겁니다.

평소 같으면 매운 건 입에도 못대시는데 말입니다.

잘 드시니 좋아야 하는데 슬그머니 걱정이 머리를 처듭니다.

왜 갑자기 매운 음식을 잘 드시고 찾으실까?

일전에는 명호가 남기고 간 짬뽕 국물을 다시 데워서 드셨단 말도 들은터라 

맛있게 드신다고 좋아만 할 일이 아니지 싶습니다.

혹시 몸에 무슨 변화가 생기셔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단순히 입맛이 바뀌신 것인지 알수가 없네요...  

지금은 이렇게 때를 찾아 반가이 지내지만

언젠가는 한 집에서 기거할 고부지간입니다.

물론 신혼 무렵 부모님 집에 얹혀 살았던 경험이 몇 년 있지만 

이제 아내와 어머니가 따로 산지가 10여년이 넘었고 

각자 자신만의 살림 스타일이나 가치관이 확고하게 자리를 틀었기 때문에

어린 새색시와 한없이 너그러운 시어머니가 

다시 재회한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가 다시 제게 오실 때는 건강이 안 좋아지신 시점일텐데

아내가 십수년전 아버님을 섬기듯

어머니의 말년을 예전처럼 말없이 순종하는 자세로 보필하기가 쉬울까요?

아내도 그동안 어머니를 뵙고 겪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터,

제 마음같이 어머니를 모시라고 무조건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칠십 수년을 점점 굳어지는 고정관념과 가치관 속에서

살아오신 어머니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화하시기는 더 어렵겠지요?

아내도 점점 다가오는 어머니와의 재회가 신경 쓰이고 걱정이 되는 눈치입니다.

마음이 깊고 착한 사람이지요...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하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여행은 저와 큰 며느리인 아내가 수발을 들어야

말과 글로 다할 수 없을만큼 인고의 세월을 모질게 버텨오신

어머니께서 편치 않겠습니까?

살얼음같은 어머니와 큰며느리 사이에서

중용과 침묵의 황금률을 굳건히 지켜야 할

큰아들의 의무와 지혜를 생각해 봅니다.

 

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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