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에서 잠을 자려면
다소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덥거든요^^
장인장모님께서 사위와 딸 따숩게 자라고
보일러를 켜 놓으셔서
간만에 찜질방 온 기분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니 체질적으로 몸이 뜨거운 제겐 ㅋㅋ...
그래도 새벽에 뒷산에서 내려오는 찬 기운 때문에
이불을 돌돌 말고 잤다는거..
아침에 일어나
아내를 데리고
꽃잔디를 보러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마을로 달렸습니다.
역시 전라북도 장수, 진안, 남원 쪽은
어딜 가도 경치가 좋습니다.
산과 물이 적절히 어울려 웅장하지 않지만
정겹고 예쁜 전형적인 한국의 산과 내를 닮아서
아무리 많이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해서 아무리 살펴보아도 꽃잔디가 없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꽃잔디로 뒤덮여있던 동산과 산기슭에는
모조리 양파가 심어져 있구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결국 축제기간이 끝나면 모두 갈아엎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양이구나
결론을 내리고 아쉽지만
사선대라는 관광지로 차를 돌렸습니다.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정작 도착해 보니 실망스럽군요.
그냥 운동장만 덩그러니..
여느 곳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 수련원 정도라는..
목이 말라서 물을 사려고 들어간 가게 종업원 말이 더 대박입니다.
이게 사선대 전부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답니다.
그리곤 뒤이어 한마디 덧붙이길..
"여기 안 사시나봐요..?"
ㅋㅋ 뭘 모른단 핀잔으로 들렸습니다.
그냥 처가로 돌아가려고 차를 출발시켰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어서 차를 다시 세웠습니다.
오래된 다리였습니다.
이미 통행이 금지되었고 옆으로 새 다리가 놓였습니다.
여기 저기 녹이 슬고 귀퉁이도 떨어져 나간 다리에
담쟁이 올라왔습니다.
철거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냥 두는 것도 괜찮지 싶습니다.
때마침 기차가 옆으로 지나갑니다.
아..... 옛날 생각이 샘물처럼 솟아오릅니다.
초등학교 1,2 학년 때 대전 근처에 산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서울에 계셨고, 직장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며
기찻길에서 한나절을 보내곤 했습니다.
철길 위에 귀대고 울림을 들어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 맞추기,
기관차 뒤에 객차나 화물차가 몇 칸이나 달렸는지 맞추기
지나가면서 기적을 울리나 안울리나 맞추기 등등
놀것 없고 돈 없던 가난한 남매들에게
기찻길은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그 기차를 타고 혹시 흰 한복을 입으신 엄마가 오시지는 않는지
부질없는 기대도 가끔 하던
아련하면서도 조금은 슬픈 그런 기억 말입니다.
기차가 지나간 후 자세히 보니
다리 난간 사이로 민들레가 피어있네요.
곧 이녀석들도 뿔뿔이 흩어져 새로운 삶에 도전하겠지요..
우리네 삶처럼 말입니다.
아내는 다리 상판 사이가 벌어져 강물이 내려다 보이자 무섭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는 지금도 아마 그곳을 내려다 보는 모양입니다.^^ 귀여운 아줌마입니다.
다리 모습이 어떻습니까?
어린 시절 때묻은 일기장처럼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지 않습니까??
처가에 오면
시계는 1970년대에 멈춰서 있는 것 같습니다.
집 곳곳이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건넌방 출입문입니다.
추녀 밑에 전깃줄이 보이시나요?
어릴 적 외가에 갔을 때 마루에 누우면 항상 보이던 모습 아닙니까??
전구를 보면
타임머신처럼 과거로 날아가는 경험을 합니다.
그만큼 백열등(그땐 다마라고 불렀는데..)은 우리에게 친숙한 물건이었지요.
벽에 거려있는 것은
큰 처남이 대학 다니실 때 쓰던 가방이랍니다.
맞습니다. 70, 80년대 대학생 가방이 저런 거 였죠.
그 옆은 작은 처남이 쓰던 고등학교 교모입니다.
처가엘 오면
늘 시간 여행을 합니다.
힘이 부쩍 떨어지신 아버님 드시라고
처가 근처에 있는 '바우골'이라는 오리 음식점엘 가서
한방백숙오리를 시켰습니다.
4인 기준으로 큰 오리 한마리를
백숙으로 해서 내오시는데
오리 특유의 냄새도 전혀 없고 맛이 아주 좋아
아버님이 맛있게 드시는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함께 나오는 이 찰밥이 대박입니다.
원래 남은 국물과 함께 죽을 끓일 때 넣는 밥인데
그냥 먹어도 맛이 죽입니다.
결국 남은 밥을 집까지 싸서 가져 왔다는 ^^
전체적인 상차림입니다.
남도 지방은 이렇게 상 위에 흰종이를 깔고 음식을 내더군요.
뭐 대단한 반찬은 없어도
깔끔하고 맛깔스럽습니다.
ㅋㅋ 찰밥입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처가에 내려갈 때 자주 들른 집인데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아버님 어머님이십니다.
긴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한가득 담고 계십니다.
이제 팔순을 지나 구순이 보이는 연세시니
여기 저기 아프신 곳도 많고
힘도 없으시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약해지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조금 더 건강하시면 좋으련만..
그래도 이날은 다행히 식사도 잘 하시고
말씀도 좀 하시고 그랬습니다.
원래 내성적인 아버님이신지라 하루 정도 지나야 저하고 말문도 트시는데
서로 눈을 맞추고 웃을 때 쯤 되면 또 떠나니
아버님과 살가운 장인-사위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찾아 뵈어야지요....
음식점 천장위에 이게 뭘까요??ㅋㅋ
모기장입니다.
시골이다보니 밤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모기나 날벌레들이 등 주변에 많이 모일 겝니다.
그러다 음식으로 떨어지는 놈들도 있을 것이고,
그러니 이런 아이디어를 냈겠죠?
흔치 않은 모습이라 사진에 담았습니다.
함께 식사하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음
인천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틀간의 꿀맛같은 휴가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이번에는 아내가 아프지 말기를 기도합니다.
항상 여행 끝에는 피곤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6월 6일엔
아이들도 데리고 어딜 또 갈까?
혼자서는
또 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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