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이야기

검단 태백산 화로구이-깜놀한 월요일 점심 식사

cozzie 2013. 4. 1. 21:29

월요일 아침부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전날 피로 때문에 10시에 눈을 뜬 후 막 수업 준비를 시작하려는데

아내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현서였습니다. 

불길한 예감... 아니나 다를까 다쳤다는 겁니다.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넘어졌는데 갈비뼈가 아파서 양호실에 갔더니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라 했답니다. 

아내의 얼굴에도 불안한 기색이 보이고

저도 걱정이 되서 서둘러 인근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뼈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고

갈비뼈 사이 근육이 놀란듯 하다는 의사 소견이 나와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이들 키우는 일은 늘상

이런 식으로 느닷없이 일이 터져서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특성이 있네요^^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랜만에 아들 얼굴을 보게 되어 신이 난 저는

친구와 함께 나온 현서에게 고기를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들도 싫지 않은 눈치여서

자주 가는 태백산 화로구이로 갔습니다.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 사거리에 있습니다.  

 

                               

 

왼쪽이 아들입니다. 오른쪽은 친구 누구라 했지???

빨간 트레이닝은 주일에 롯데몰에서 산 신상이랍니다.

패션감각 워낙 출중하신 우리 아드님...

 

 

원래 이집이 잘하는 건 목살입니다.

두툼한 고기에 숯불로 천천히 구우면 육즙 쩔고, 고기맛도 아주 좋지요.

단점은 시간이 오래걸린다는거..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 아들을 위해

오늘은 숯불양념갈비로 정했습니다.

1인분에 만 3천원인데

저와 아내, 아들과 친구 이렇게

고기 4인분 시키고 공기밥 모두 해서 5만 8천원 나왔습니다.

동네 고깃집이 다 마찬가지긴 한데

고기 질이나 양도 그런대로 넉넉하고

불판도 깔끔하게 새로 디자인되어서 기름이 덜 늘러붙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돼지양념갈비 말고

좌측에 보이는 녀석이

바로 이집을 맛집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묵채인데요, 그냥 도토리묵에 육수 붓고

김치와 김, 오이 채썰은 것을 얹은 것 같은데

간단한 요기도 될만큼 양도 많고

느끼한 고기를 먹은 후 한 수저씩 떠 먹으면

동치미 국물이나 된장국보다 더 개운해서 항상 두 그릇씩 시켜먹곤 합니다.

그리고 어느 고깃집이나 빠지지 않는

샐러드.

특별한 맛은 없지만, 역시 위와 마찬가지로, 그런대로... 입니다.

고기가 거의 익어갑니다.

고기에 칼집을 내고 양념을 발라 

여러번 뒤집어도 양념맛이 달달하게 배어 있어 

아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아! 물론 저와 딸도 당연히 좋아하죠^^

현서는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반드시 된장찌개와 밥을 먹어야 한답니다. 저를 닮아서이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돌솥밥에 흰 쌀밥이 맛있습니다. 

된장찌개는 워낙 이런저런 양념이 많아서 

된장맛을 잘 못 느낀다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고깃집에서의 월요일 점심 식사는 끝나고 

아들을 학교 앞에 내려주고 돌아왔습니다. 

CT를 찍어보자는 병원 의사의 권유를 단호히 거절한 아내가

"괜찮겠지"? 하며 나의 지원을 기대한다는 표정입니다.

뭐...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좋으신 예수님이 꼭 붙잡아 지켜주시는 우리 아들이

까짓 한 번 넘어졌다고 갈비뼈가 나가겠습니까??

아침부터 놀라서 그런지 

운동한는 내내 평소보다 힘이 더 드는 거 같네요..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숑과 현서의 어린 시절을 함께 추억했습니다.

힘들고 고비도 많았지만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었고

나름 밝고 건강하게 자라 이만큼 커준 것이 대견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자식으로 둔

중년의 복판에 선 우리 두 사람..

더 사랑하고 더 노력해서

좋은 아비와 어미로 향기나는 흔적을 남기고 가야 한다고

또 다짐하는 하루였습니다.